바그너 반란 나흘 후 다게스탄 방문
푸틴 “격리보다 국민 중요해” 발언도
NYT “반란이 러 대통령 생각 바꿔”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개 행보가 잦아졌다. 남부 자치공화국인 다게스탄에 이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크론시타트를 잇달아 방문해 사람들과 악수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대중 스킨십을 부쩍 늘렸다. 지난 6월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이후로 이례적일 정도로 왕성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달라진 리더십’은 6월 24일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모스크바 진격 이후 곧바로 포착됐다. 불과 나흘 후인 28일 그는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셀카’를 찍고, 어린이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이 러시아 국영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자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드물게 사람들과 악수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광폭 행보는 계속됐다. 지난달 4일에는 다게스탄 방문 시 그를 만나지 못해 울음을 터트린 8세 소녀를 크렘린궁으로 초청했고, 같은 달 23일 바그너의 반란을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크론시타트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신혼부부의 요청을 받고 함께 결혼사진을 촬영했다. 또 지난달 30일 크론시타트 해군의날 행사에 참석한 한 가족을 직접 소개한 데 이어 이달 2일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카리스마’ 강조하던 푸틴의 변화?
푸틴 대통령은 국민 개개인과 접촉하는 ‘풀뿌리 선거 운동’을 기피하던 인물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그는 미국 정치인 사이에서는 필수로 여겨지는 어린이의 뺨에 뽀뽀하는 사진을 “경박하고 저속하다”고 조롱했다. 그는 상의를 벗은 채 말을 타거나 사격하는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선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는 이마저도 뚝 끊겼다. 건강 이상설과 도피설이 나올 정도로 두문불출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자 그대로 돌변했다. 지난달 크론시타트 행사에서 ‘(코로나19) 격리는 어떻게 하나’라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격리보다 국민이 더 중요하다”고 대답하는 등 노골적인 민심 구애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역시 “(푸틴 대통령이) 전문가들의 강력한 권고를 어기고 대중과 교류하는 단호한 결단을 내렸다”고 부연하면서 힘을 실었다.
서방에선 바그너의 반란이 푸틴 대통령의 의중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본다. 영국 더타임스가 우크라이나 국방부를 인용해 지난달 공개한 러시아 내무부의 비밀 보고서에서는 다게스탄에서 프리고진 지지율은 97%에 달한 반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이었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연구원은 “프리고진의 반란은 러시아 권부의 정통성에 치명상을 입혔다”며 “정통성은 모름지기 대중에게서 온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대중 속에서 자신이 지지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또 이를 러시아 권력집단 등에게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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