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때 집값 통계 조작 정황 포착
청와대ㆍ국토부 고위급 수사 의뢰 검토
차제에 통계비리 근절, 기강 정립해야
문재인 정부 공식 집값 통계가 당시 정권 핵심부의 개입에 따라 조작된 정황을 감사원이 포착했다고 한다. 문제의 통계는 당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주택가격동향조사’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매주 발표 2, 3일 전 해당 통계 잠정치를 사전 보고받았고, 이후 공식 발표치가 청와대 등에 보고된 잠정치보다 낮은 경우가 수차례 발견됐다. 중앙일보 보도는 국토부 산하 기관인 부동산원이 청와대 등의 압력을 받고 실제 조사된 집값보다 낮은 값을 인위적으로 입력해 통계를 변형한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감사원이 문 정부 국가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실질 감사에 착수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이후 12월엔 소득과 일자리 통계를 포함한 전반적 통계 왜곡·조작 의혹이 감사원발 뉴스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3월 관련 실지 감사(현장 감사)를 한 차례 더 연장하기도 했다. 이런 경과를 돌아볼 때, 정식 감사결과 발표 전에 흘러나온 것이라 해도, 이번 ‘주간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 조작 정황 포착 얘기는 요란했던 감사활동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다.
감사원은 이번 정황 포착 등과 관련해 장하성 등 전 청와대 정책실장 3명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혹과 관련해 “정상적인 통계 보정 과정의 일부였다”는 부동산원 관계자들의 주장이나, “정부 차원의 조직적 통계조작은 없었다”는 전 청와대 고위직들의 주장이 여전한 걸 감안할 때, 감사 결과 발표나 검찰 수사에도 진실 규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진실 규명이 지연되면 이번 국가통계 조작 감사는 ‘정치보복’ ‘보복감사’ 등 거센 정치적 역공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작부터 통계 감사 장기화에 반발하며 “감사를 통한 정치보복”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국익을 감안하면 국가통계 조작에 대한 감사와 진실 규명은 철저하면 철저할수록 좋다고 본다.
사실 문 정부 당시 국가통계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 일은 한둘이 아니다. 2020년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3년간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주장했지만 체감 실거래가는 물론, 민간기관의 조사(52%)와도 납득하기 어려운 큰 차이가 났다. 소득주도성장 효과로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가계소득과 분배 면에서 좀 더 확실히 좋아지는 모습”이라고 주장한 것이나, 그해 9월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고용률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고집한 것 등도 각각 통계 아전인수, 또는 왜곡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통계는 표본조사에 의존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현실이 일부 굴절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표본 자체가 왜곡되고 변수까지 ‘마사지’된 가운데, 분석까지 편향되면 통계와 현실의 괴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적자 통계를 조작해 국가부도에 이른 그리스가 그랬듯, 조작된 통계는 정책의 오류를 낳는다. 그리고 정책 오류는 결국 정부 실패와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통계 왜곡과 조작은 심각한 국기문란인 셈이다.
문 정부 통계 왜곡ㆍ조작 감사를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비판하는 민주당의 시각은 일리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정치적 계산이 뭐든, 국가통계 왜곡ㆍ조작에 대한 감사는 끝까지 가 볼 필요가 크다. 현 정부가 전 정부를 철저히 조사하듯, 어느 쪽이 집권하든 다음 정부도 현 정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는 경계의식이 정착하면 더 이상은 어떤 정부도 국가통계를 왜곡하거나 조작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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