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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미ㆍ중 디커플링

입력
2023.08.11 17: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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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게티 이미지 뱅크 코리아

게티 이미지 뱅크 코리아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반도체 등 3개 첨단기술 분야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는 평이 나온다. 투자 제한 대상 중국기업 기준이 ‘첨단기술 매출 비중 50% 이상’으로 정해져 애초 미 정부가 겨냥하려던 중국 대기업은 과녁에서 벗어났다. 중국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투자사 반발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제재에 대해 미국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결별) 전략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중국 경제 디커플링으로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비중은 5년 전보다 크게 낮아졌지만, 인도 멕시코 대만 베트남 등 미국의 동맹국과 중국 사이의 교역량은 증가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중국 제품과 원료가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패키징(포장) 허브’ 역할을 이들 국가가 맡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 수입품을 대처하려던 ‘프렌드 쇼어링’ 대상국이 미ㆍ중 디커플링의 실속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이처럼 허술한 중국 봉쇄전략에 열중할수록 역설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동맹국 관계는 더 밀접해진다. 패키징 허브 역할을 하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 규모는 2020년부터 미국을 역전해 점점 그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ㆍ중 사이 무역 관계망이 복잡해질수록 중국 역시 미국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진다. 동시에 미국은 자국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치를 점점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본격화한 미·중 상호협력은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한국은 중국과 수직적 분업체계를 형성해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하지만 2017년 미 트럼프 정부 등장 이후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큰 피해를 보는 동안 중국보다 후발 국가들이 그 과실을 가져가고 있다. 미국이 추구해 온 디커플링 전략이 약화하면 다시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미ㆍ중 사이에 놓인 한국의 정치ㆍ경제적 위상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중요하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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