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이가 ‘왕의 DNA’를 가졌다며 담임교사에게 갑질을 해온 교육부 공무원에 대해, 교육부가 지난해 말 조사를 하고도 구두경고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주 언론보도 후에야 교육부는 대전시교육청에 대전의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는 해당 사무관을 직위해제하도록 요청했다. 교육부조차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교권침해에 대해 유야무야 넘어가니, 일선 교육 현장의 관리자들은 오죽하겠는가.
해당 사무관은 교육부에 근무하던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시켰다. 이후 바뀐 담임에게는 ‘왕의 DNA’를 언급하며 자녀를 특별대우해줄 것을 요구하는 문건을 보내고, 매일 교육활동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이 사무관의 갑질은 지난해 12월 두 차례 국민신문고에 접수됐고, 교육부는 조사 후 구두경고 조치했다.
교육부는 “아동학대에 대한 경찰·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어서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한다. 그렇다면 올해 2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아동학대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고, 5월 검찰에서도 교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에는 뭘 했나. 이후에 전혀 징계가 없었다.
또한 애초 교육부 로고와 담당 부서가 찍힌 공직자통합메일로 담임교사에게 갑질 편지를 보내는 등의 문제를 ‘구두경고’로 끝낼 일인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주무관이었던 갑질 공무원은 심지어 올해 사무관으로 승진까지 했다.
아무리 호소해도 변하지 않고 결국 목숨까지 끊게 하는 교사들의 답답함과 억울함은 교육 당국과 학교 관리자들의 이런 자세에서 비롯됐다. 연차 낮은 교사들을 ‘민원 총알받이’로 내몰고 본인은 숨어 책임지지 않는 교장·교감에 대한 분노가 교사들 사이에 팽배하다. 그런 교장·교감들을 방치해온 곳은 결국 교사를 괴롭히는 공무원을 징계는커녕 승진시킨 교육당국이다. 교권붕괴를 막기 위한 세심한 매뉴얼을 내놓는 것은 더없이 중요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관리자들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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