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자신이 받고 있는 항명 혐의 수사와 관련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어제 신청했다. 국방부 검찰단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서, 공정한 수사를 받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변이다. 수해 지원에 나섰다가 안전조치 미비로 순직한 젊은 병사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해병대 수사가 이제 정치 사건화한 만큼 항명이든, 수사 외압이든, 윗선의 책임 문제든 진상을 죄다 파헤치고 제반 절차와 법적 처리에 시비가 남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021년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처음 신설됐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군 범죄 사건 수사에 대한 공정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기구다. 민간전문가를 포함해 5~20명의 위원이 수사 계속, 영장 청구, 공소 제기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앞서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달 30일 조사결과보고서를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뒤 경찰에 이첩했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됐다. 이 장관이 다음 날 법리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첩 보류를 지시했는데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전 수사단장은 이첩 보류 지시를 명시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해병대 1사단장 등 군 간부 8명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 적용과 관련한 축소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심의위원 선정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 국방부 검찰단이 심의위원회 부의 여부를 논의한 뒤 결정하도록 돼 있으나 사건의 성격상 좌고우면할 일은 아니다. 요건에 부합하는 만큼 박 전 수사단장의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다. 대통령실은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수사 외압 의혹에 대통령실 인사까지 간여돼 있는 마당이다. 야권은 국정조사, 특별검사까지 주장하는 상황이니만큼 국방부는 심의위원 선정 등 필요 절차를 공정하게 처리해 한 점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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