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저희 집 고양이는 궁디팡팡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희 가족 중에 제가 궁디팡팡을 제일 잘하는 지 매일 제 궁디팡팡만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의 반응을 보면서 궁디팡팡 세기를 조절하는데요, 가끔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쳐도 가만히 있어서 저는 괜찮나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고양이가 아파할까봐 또는 장기가 흔들릴 것 같다며 걱정하십니다. 고양이의 궁디팡팡은 얼마나 세게 해줘도 되나요? (그러고 보니 엉덩이 뼈가 살짝 평평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합니다) 반면에 저희 집 다른 고양이는 궁디팡팡을 하면 꺠물고 도망가버립니다. 모든 고양이가 궁디팡팡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요? 궁디팡팡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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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고양이 행동전문가 김명철 수의사입니다. 고양이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면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상체를 엎드리고 엉덩이는 치켜세우는 자세를 하죠. 정말 기분이 좋아질 때면 골골송까지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궁디팡팡은 사실 허리 팡팡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이번 시간에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궁디팡팡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궁디팡팡, 알고보니 허리팡팡?
고양이를 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궁디팡팡은 애묘인들 사이의 암호처럼 모두가 알고 있는 단어입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궁둥이 즉 엉덩이와 우리가 실제로 고양이에게 두드리고 있는 신체 부위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인간들이 칭찬의 의미로 어린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 거린다고 하면 이는 우리가 의자에 앉았을 때 의자와 닫는 궁둥뼈 주변 부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고양이에게 궁둥이라고 이야기하며 두들기는 부위는 좀 더 상체 쪽에 가까운 요추와 천추 주변부입니다. 쉽게 말해 어르신들이 아이고 허리야 하면서 두들기는 엉덩이 바로 위의 허리 부분 인것이죠!
인간들은 아픈 허리를 토닥인다고 해서 특별히 기분이 좋아지거나 편안함을 느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고양이에게 궁디팡팡은 좀 더 다른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궁디팡팡에 대한 고양이의 자세 반응이(상체를 낮추고 하체를 들어 올리는) 친밀감을 표현하는 형태의 자세라는 점과 이런 토닥임을 멈췄을 때 자극을 이어가 주기를 바라며 야옹거리거나 손에 엉덩이(실제로는 허리)를 들이미는 등의 모습을 보았을 때, 고양이에게 궁디팡팡의 자극은 꽤나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한 어떤 이들은 궁디팡팡을 하는 자리의 천추라고 하는 척추뼈에 생식기로 향하는 신경다발들이 지나가고 있어서 물리적 자극이 있을 경우 어느 정도의 쾌감을 느끼는 것 아니냐 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꼭 쾌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신체 부위보다 자극했을 때 기분 좋은 신경의 자극 전달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다만 어떤 종류의 자극이라고 하더라도 고양이마다 느끼는 자극의 세기가 다를 수 있고 또는 나이가 들면서 허리 디스크 질병이나 고관절의 염증이 생긴다면 궁디팡팡의 자극이 통증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보호자와의 관계성이 좋지 않다면 자신의 신체 중 공격에 취약한 하체 부위를 두드리게 허락하는 것은 불편하거나 방어적 공격성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궁디팡팡을 하면 방광염이나 자궁암이 생긴다?
추가로 궁디팡팡 괴담도 있습니다. 궁디팡팡을 하다보면 방광염이나 자궁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 인데요. 단순히 고양이의 허리부위를 두들긴다고 하여 몸 속의 호르몬 체계가 교란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집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마쳤기 때문에 자궁암에 걸릴 자궁이 남아 있지도 않죠. 또한 방광염의 발생에 대한 궁디팡팡과의 연관성의 전혀 연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궁디팡팡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이 방광염에 자주 걸리는 것 같다는 보호자들의 인식이 있다면 이는 이 고양이들이 독립적인 부분 보다도 보호자와의 관계성을 중요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성을 중요시하고 스킨쉽을 즐기는 고양이 일 수록 보호자의 스케쥴 변동과 루틴의 변화가 적응하기 힘들며 스트레스의 큰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보호자의 외출 빈도가 높아진다거나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고양이들이 스트레스로 인하여 특발성 방광염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궁디팡팡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거죠!
모든 고양이가 궁디팡팡을 좋아하진 않아요!
궁디팡팡의 적당한 세기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인간 개개인들도 좋아하는 스킨쉽의 부위와 그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고양이들도 적당한 빠르기와 세기의 궁디팡팡을 좋아하며 그 정도 심할 경우 등의 피부가 꿀렁거리거나 손을 깨문다거나 자리를 피하면서 싫다는 표현을 합니다. 이럴 경우 보호자들이 눈치껏 궁디팡팡을 중단하거나 세기를 낮춰야 하는 것이죠. 당연히 모든 고양이가 궁디팡팡을 즐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호자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고양이를 쫓아다니지 않기를 바랍니다. 단, 어려서부터 궁디팡팡을 아주 좋아하던 고양이가 어느 순간부터 궁디팡팡을 피한다면 이는 신체의 통증을 의미할 수 있으므로 이 때는 건강검진과 함께 적절한 진통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궁디팡팡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면,
1. 우리가 고양이에게 하는 궁디팡팡은 실제로는 허리팡팡이며 이는 많은 고양이들이 친밀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자신의 방어를 해제하고 스킨쉽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형태이다. 2. 허리팡팡의 자극이 어떤 신경자극 체계를 통해 고양이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고양이들의 반응을 보았을 때 기분 좋은 자극임에 틀림없다. 3. 특정 고양이들은 싫어할 수도 있으므로 보호자들이 마음 상할 필요는 없으며 대신 원래 좋아하던 고양이들이 갑자기 싫어하게 된다면 이것은 고양이가 틍증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4. 궁디팡팡으로 고양이가 아프게 된다는 것은 괴담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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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내용들이 다 해결되었을까요? 다음에도 궁금한 사연 질문 주시면 정성껏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댁에 있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바랄게요~
▽▼반려생활 속 질문,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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