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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없는 우크라 전쟁… 나토, '영토 분할 휴전론' 꺼냈다가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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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없는 우크라 전쟁… 나토, '영토 분할 휴전론' 꺼냈다가 철회

입력
2023.08.17 19: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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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점령 영토 양보 조건으로 우크라 나토 가입"
고위 관계자 발언... 이튿날 "실언" 사과에도 파장
우크라군 더딘 진격에... 서방서도 '휴전론' 솔솔?

2015년 9월 체코 프라하를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미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프라하=AP 연합뉴스

2015년 9월 체코 프라하를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미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프라하=AP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 6개월을 맞고 있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계자가 '영토 분할 휴전론'을 제시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며 사과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일부 영토를 떼어 주는 대가로 나토에 가입하는 일종의 절충안이었는데, 양국 모두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방의 대표적 군사동맹인 나토에서 이 같은 '종전 카드'가 공식적으로 나왔다는 건 예사롭지 않다. 어느덧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는 이번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피로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제는 완전한 승자가 나오기도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종전 협상 돌입을 위한 돌파구를 하루빨리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영토 양보·나토 가입' 교환? 우크라·러, 모두 반발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비서실장 스티안 옌센은 이날 노르웨이 언론 VG와의 인터뷰에서 "내 발언은 실수였다"고 밝혔다. 전날 노르웨이 아렌달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우크라이나가 (개전 후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포기하고, 대신 나토 회원국 지위를 얻는 게 (종전을 위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은 것이다. 옌센 실장은 이날 "그런 식으로 언급해선 안 됐다"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실제 옌센 실장의 언급은 어느 쪽의 호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토와 나토 가입을 교환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격분하는 글을 올렸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우리 영토에서 철수할 가능성에 대한 담론을 만드는 데 나토 관리가 관여하는 건 결국 러시아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도 발끈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면 수도 키이우까지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타협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다.

우크라, 이달 들어 영토 첫 탈환… "종전 요구 커져"

그러나 '영토 분할 휴전론'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나토 내부의 기류를 보여 준 탓이다. 심지어 이날 옌센 비서실장의 해명조차 의미심장하다. 그는 "(어제 언급은) 우크라이나의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더 큰 논의의 일부였다"며 "이런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이 내가 처음은 아니다"라고 했다. 가디언은 "논란이 된 방안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문제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지위를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을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논의가 있다는 우리의 우려를 입증한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서방국의 한 외교관은 "옌센 비서실장의 생각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 테이블에 올려야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6일 동부 루한스크주 크레민나 외곽의 최전방에서 박격포를 쏘고 있다. 크레민나=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6일 동부 루한스크주 크레민나 외곽의 최전방에서 박격포를 쏘고 있다. 크레민나=AP 연합뉴스

일단은 '없던 일'이 됐으나,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더힐은 "교착 상태에 빠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군이 6월 대반격 이후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도 좀체 러시아군 방어선을 뚫지 못하면서 영토 탈환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는 상태다.

양측의 일진일퇴 공방전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5일 도네츠크 지역의 인구 1,000명 미만 작은 마을인 우로자인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자포리자 동쪽 스타로마이오르스케를 되찾은 이후 오랜만의 승전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의 느린 진격은 현재 전투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보여 준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군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사령관은 16일 "북동쪽 전선에서 러시아군 공세를 힘겹게 막아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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