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삼일장을 마치고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북서쪽으로 100여㎞ 떨어진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난다. 우리나라 정상이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는 건 15년 만이다.
이번 회의는 새로운 3국 협력 시대의 이정표로 주목된다. 회의에선 3국 협력의 지속력 있는 지침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비전 및 이행 방안을 실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도 발표된다. '21세기 3국 관계의 본질'을 규정하고 한미일 공조를 '뉴노멀'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와 자원 무기화로 지역 안보와 경제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건 타당하다.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연대해 국제 사회의 역할을 다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 강화가 북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중국을 겨냥한 지역 군사 동맹이나 안보 공동체를 염두에 둔 수준까지 나아가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신중하게 접근해도 늦지 않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공고해지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북한이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신냉전'을 운운하며 반발하고, 북중러 국방 수뇌부가 모스크바에 모인 것도 심상찮다.
더구나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서두르는 건 자칫 역풍만 부를 수 있다. 북핵 대응 차원이라 해도 굳이 일본 힘까지 빌려야 하는지에 대해선 국민 거부감이 적잖다. 일본 재무장만 묵인하게 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통 큰 양보에도 일본이 채워야 할 물 잔의 반은 아직 그대로다. 윤 대통령은 상호주의 원칙 아래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길 바란다. 일본도 성의를 보여야 진정한 3국 협력의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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