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묻지마 칼부림’ 사건 후 경찰의 대대적인 ‘특별치안활동’ 기간 중인 17일 서울 신림동 공원 인근 둘레길에서 대낮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남성이 금속 너클을 양손에 끼고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폭행·성폭행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사건의 잔혹함에 치가 떨린다.
범행 장소는 신림역에서 약 2㎞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공원과 야산을 잇는 둘레길이며 인근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고, 근처에 유아숲체험장도 있다고 한다. 신림역은 한 달 전 무차별 칼부림 사건으로 사망자까지 발생했던 곳이라 주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말할 것도 없다.
신림역, 서현역의 흉기 난동 사건으로 경찰청이 무기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도심에 장갑차까지 동원된 와중에 이번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일시적인 단속으로는 이런 강력 범죄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좌절감이 국민들을 엄습하고 있다. 피의자 최모씨는 “강간하고 싶어서 범행했다”며 “그곳을 자주 다녀 폐쇄회로(CC)TV가 없다는 걸 알고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진술했다.
최근의 충격적인 범죄들이 공공장소에서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해법이 단일한 것은 아니다. 서현역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사회적 관리 부재 문제를 들춰냈다면, 이번 사건은 CCTV 설치 사각지대에 있는 등산로·산책로 문제를 부각했다. 사건 후 온라인에서는 산에서 범죄를 당할 뻔한 사례들이 회자되고 있다. “가족 중 한 명이 몇 년 전 혼자 등산하다가 따라오던 남성이 뒤에서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강간하려고 했다”며 “다행히 밀고 도망쳤지만 얼굴이 흙바닥에 박힌 채 맞아서 앞니가 부러졌었다”는 등의 증언이 나온다.
CCTV를 설치한 지역은 미설치 지역보다 범죄율이 평균 16%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골목의 조명을 밝게 바꿨더니 범죄율이 뚝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무기한 특별치안활동’이라곤 하지만 ‘무기한’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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