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2일 단행된 개각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명 교체를 위한 말 그대로의 ‘원포인트 개각’이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산업부 장관으로 옮기는 데 따라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연쇄 이동하면서 장관급 2명이 바뀌었을 뿐이다. 두 달 전 윤석열 정부의 첫 개각도 마찬가지였다. 취임 후 1년여 만에 단행한 개각이었는데 국무위원으로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유일했다. 한 번의 개각에 장관 1명씩만 바꾸는 ‘살라미 개각’이다.
□대통령의 이런 인사 방식을 두고 궁금증이 적지 않다. 통상 개각은 인적 쇄신을 통해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국정운영 기조와 철학을 국민과 공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국면전환용 개각은 하지 않겠다” “필요할 때마다 사람을 바꾸겠다”는 얘기만 한다. 이번에도 “당분간 추가 개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고들 설명한다.
□그런데 차관 인사를 보면 이런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1차 개각에서 차관은 무려 12명이나 교체했다. 19개 부처 중 11곳의 차관을 바꿨고, 국토교통부는 1∙2차관을 동시에 바꿨다. 특히 대통령실 현직 비서관을 5명이나 포진시키며 ‘차관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개각에서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 차관급 인사는 막힘없었다. 그러니 여소야대 국면에서 인사청문회를 가급적 피하려고 장관 인사를 최소화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들이 정말 궁금한 건 왜 ‘살라미’냐가 아니라 왜 산업부 장관이냐다. 개각 폭은 인사권자의 선택이라 해도, 왜 여러 부처 장관 중 지금 이 시점에 산업부 장관을 먼저 교체하느냐에 대해 선뜻 공감이 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탈원전 정책 되돌리기를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라는데, 국민 시선에서는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나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보다 더 중대한 문제라고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누굴 바꾸든 그 또한 대통령 고유 권한이겠으나, 인사의 메시지는 분명히 공유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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