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정부가 먹는 치료제(항바이러스제)를 추가 구매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도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의 하향 조정(2급→4급) 방침을 밝히면서 "겨울철 유행에 대비해 먹는 치료제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그동안 질병청이 구매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머크(MSD)의 라게브리오 2종뿐이라, 추가 구매 대상도 이들 약일 것이다. 팍스로비드는 병용금기약물이 37종에 달해 고혈압, 당뇨약 등을 복용 중인 노인들에게 처방할 수 없다. 따라서 병용금기약물이 단 1종인 라게브리오는 보완약물로 구매가 필요하다. 질병청은 두 약을 구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일부 언론이 전했다.
문제는 처음부터 '물약' 논란에 휩싸였던 라게브리오가 코로나19 감염자에게 사실상 무(無) 효능으로 드러나 유럽에서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지난 2월 '라게브리오가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사망 위험을 줄이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며 이 약에 대한 의약품 승인 거부를 권고했다. CHMP의 권고 이후 유럽 각국에서 퇴출이 빠르게 이뤄졌다. 독일 정부는 CHMP 권고 직후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 철회와 공급 중단에 이어 최근에는 재고분 폐기에 나섰다고 한다. 영국, 이탈리아 등도 보건시스템에서 라게브리오를 이미 퇴출시켰다고 한다. 프랑스는 애초에 라게브리오의 낮은 효능을 이유로 긴급승인을 거부하고 선주문조차 공개적으로 취소했다. 이에 머크는 지난 6월 라게브리오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실상이 이런데도 질병청은 '미국이 아직 라게브리오 긴급승인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약값이 팍스로비드(1인분 700달러)보다 비싼 라게브리오(800달러)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유럽 EMA는 미국 FDA와 함께 세계 의약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라게브리오 퇴출은 전 세계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시점에서는 퇴출되는 약물을 비싼 돈 주고 살 게 아니라 라게브리오 대체재를 빨리 찾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