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국민 기만은 일자리정책의 성과를 두고도 상시적으로 되풀이됐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내걸며 요란하게 일자리정책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곤 임기 중 수시로 일자리 증가 통계지표를 내밀며 고용이 호전되고 있다는 선전을 반복했다. 하지만 고용 증가 수치의 대부분이 정부 예산을 풀어 인위적으로 만든 과거 ‘취로사업’ 수준의 ‘노인 일자리’여서 대국민 사기라는 비판을 불렀다.
▦ 현 정부는 그런 거짓말을 되풀이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일자리 증가치의 대부분이 장년 이상 일자리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건 답답함을 넘어 위기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통계청의 지난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동향’을 보면 전체 임금근로자 일자리는 2,020만7,000개로 1년 전에 비해 45만7,000개 증가했다. 하지만 그중 50대 이상 일자리 증가분이 14만1,000개, 60대 이상 증가분은 30만5,000개나 차지했다.
▦ 50대 미만에선 30대와 40대 일자리가 각각 3만8,000개, 3만5,000개 증가한 반면, 20대에선 6만1,000개 줄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지난 1분기 일자리 증가분의 97.6%가 50대 이상 일자리였던 셈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 청·장년의 일자리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거나 정체된 상황은 현 정부도 ‘청년 일자리 공동화’ 추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 사실 청년 일자리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데엔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탓도 적잖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산업 양극화, 기업 양극화에 따른 구조적 영향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고용의 88%(2022년)를 차지하는 최대 일자리다. 하지만 지난 정부 이래 청년들이 비전을 갖고 기꺼이 일할 만한 중소기업과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은 겉돌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산업육성책은 온통 대기업 중심 핵심전략산업에 집중되다 보니, 되레 중소기업 진흥책은 잊힌 느낌마저 들 정도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분발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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