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등 내외신에 방류 후 첫 공개
"K4 탱크 중 B군 방류 중... 현재 이상 없어"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 등 여러 차례 검사"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일본명 '처리수')를 바다로 방류한 지 사흘째인 지난 27일.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한국일보를 포함한 외신 기자들에게 원전 내부를 공개했다. 오염수를 충분히 희석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을 거르고 희석하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 농도가 매우 낮은 채로 방류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하려 애썼다. 실제 25, 26일 후쿠시마 앞바다의 해수와 물고기에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안전 기준에 부합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쌓인 오염수 134만 톤이 방류를 기다리고 있다. 오염수를 바다에 전부 흘려 보내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일본 정부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약 30년이라는 어림치만 있을 뿐이다. 그사이 희석 기준을 완화할지 모른다는 의심은 원전 내부를 둘러본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ALPS로 방사성 물질 제거한 오염수, K4 탱크로 이송
27일 오전 전용 버스를 타고 원전 입구에 도착한 기자들은 피폭량을 측정하는 선량계를 착용하고 두 겹의 양말과 조끼를 겹쳐 입은 후 장갑, 고무 신발, 헬멧까지 착용한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피폭량과 방사능 물질 오염 여부를 체크했다. 내부에서도 여러 차례 보안 게이트를 통과하는 등 출입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
버스를 타고 가장 먼저 내린 곳은 'K4 탱크' 앞이었다.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한 오염수가 마지막으로 모이는 곳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능 물질을 거른 오염수가 1,000여 개의 탱크에 보관돼 있다. 약 70%의 탱크에는 방사성 물질이 일본이 정한 안전 기준치를 웃도는 오염수가 담겨 있다. 도쿄전력은 ALPS를 2, 3차례 더 통과시키면 안전해진다고 설명한다.
K4 탱크는 개당 용량이 1,000톤으로, 10개씩 묶어 A, B, C군으로 분류해 뒀다. 24일부터 1차로 방류 중인 오염수는 B군에 들어 있는 7,800톤이다. 최대 수용 용량은 1만 톤이지만 가득 채우지 않았다. B군의 방류가 끝나면 탱크와 배관을 씻은 뒤 다시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 이하인 오염수 7,800톤을 채워 방류한다.
"K4 탱크 방사성 물질, 3개 기관이 3개월 동안 검사"
B군 탱크를 비우는 데는 17일이 걸린다. 이어 A군과 C군 탱크를 각각 17일 걸려 방류하면 51일간 2만3,400톤을 방류할 수 있다. 이 방식을 1년간 7차례 반복하면 이론적으로는 357일간 16만3,800톤을 방류할 수 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일본 정부의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3만1,200톤만 방류한다.
다카하라 겐이치 도쿄전력 리스크커뮤니케이터(소통관)는 "방류할 때마다 방사능 검사를 하는데 3개월이 걸린다"며 "B군 방류를 마치고 C군 방사능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K4 탱크의 오염수를 정부, 도쿄전력, 민간 기관이 3중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특히 도쿄전력은 ALPS를 통해 제거하는 39종의 핵종과 삼중수소를 포함해 총 69종의 핵종을 검사한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이 내년 4월부터는 방류량을 늘릴 방침인데, K4 탱크를 증설하거나 검사 역량을 확충해야 가능하다. 방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검사 핵종의 수를 줄이거나 검사 기간을 단축한다면 오염수의 위험성은 그만큼 커진다.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는 정상 가동하는 원전 냉각수와 달리 삼중수소 이외에도 세슘, 스트론튬 등 수십 종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대지진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봉 잔해(데브리)가 물과 접촉했기 때문이다.
바닷물과 섞인 오염수 수조에서 매일 삼중수소 검사
K4 탱크의 오염수는 배관으로 옮겨져 바닷물에 혼합한다. ALPS로 거르지 못한 삼중수소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도쿄전력은 방류 첫날인 24일 오염수 1톤에 바닷물 1,200톤을 섞어 표본 검사를 한 결과 삼중수소가 리터당 42~63베크렐(Bq)만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7일에는 1대 700 비율로 오염수와 바닷물을 섞고 있었다.
왜 희석 농도를 바꿨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다카하라 소통관은 "(희석 농도를) 1대 1,200으로 알고 있었다면 오해"라며 "1대 700도 충분한 비율"이라고 말했다. "정부 기준은 100배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5일 이후 방류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200베크렐 정도로 일본의 방류 기준(리터당 1,500베크렐)보다 낮다. 하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희석 농도를 바꾼 것은 석연치 않다. "방류 첫날 국제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해 눈속임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일본이 희석 농도를 임의로 바꿀 수 있다는 의심도 해소되지 않았다.
희석된 오염수는 '수직 갱'이라 불리는 깊은 수조로 이동한다. 1km 길이 해저 터널로 방류되기 직전 단계다. 여기서 마지막 표본 검사가 실시된다. 도쿄전력 측은 "배관에서 오염수가 졸졸 흘러가는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그래도 남는 우려는
도쿄전력은 "검사도 철저하게 하고 안전 기준도 보수적으로 잡은 만큼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30년 이상 그 기준이 철저하게 지켜질 것인지다. 방류 기간이 30년을 훌쩍 넘길 가능성도 있다. 다카하라 소통관은 "최근에도 오염수가 매일 90톤씩 발생하고 있다"며 "데브리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폐로가 완료될 때까지는 오염수가 계속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폐로를 완료하려면 데브리를 모두 꺼내야 하지만 현재까지 단 한 조각도 꺼내지 못했다. 원전 내부 방사선량이 높아서 로봇조차 작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지진 당시 건물 지붕이 날아간 원전 1호기는 철골만 앙상하게 남은 형상이 12년째 그대로였다. 뚫린 지붕을 통해 유입된 빗물은 데브리와 접촉해 오염수가 된다. 오염수 방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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