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등 10개 과학계 연구자 단체들이 1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내년 연구개발(R&D) 관련 예산 삭감과 관련해 공동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정부의 졸속 R&D 예산삭감과 R&D 제도혁신 방안의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이로 인한 연구 현장 문제 등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 9개 대학 학생회가 “삭감을 재고하라”는 공동성명을 낸 이후 일선 연구원들까지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주요 R&D 예산을 올해 대비 13.9% 삭감했다. 관련 예산 축소는 33년 만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23%,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BB)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28% 예산이 삭감됐다. 국가슈퍼컴퓨팅센터를 운영하는 KISTI의 경우 올해도 전기료 인상을 감당 못해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를 지난달 5일간 50% 축소 운영했을 정도로 예산이 부족한데, 내년 예산이 증액은커녕 대폭 삭감된 것이다. 국가슈퍼컴퓨팅센터는 연간 70여 편 SCI 논문 생산에 기여하는 아시아 1위 데이터센터이지만, 내년부터 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선 과학자들은 예산 삭감 액수보다 예산 책정 과정이 삭감총액을 정하고 할당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는 데 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말 ‘연구개발 카르텔’을 언급하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자 돌연 심의가 미뤄졌고, 이후 ‘일괄 20% 삭감’ 같은 지침이 연구원에 내려오는 등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런 어설픈 예산삭감은 5년, 10년 과정으로 진행해 온 장기 연구에 큰 차질을 불러온다. 또 예산이 삭감된 과제에 참여했던 연구진은 전직이 불가피해, 인재의 해외 유출도 우려된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우려들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재검토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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