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자체 개발 반도체를 탑재한 5세대(5G)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미국으로부터 거래 중단 등 집중 공격을 받았음에도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이 중국의 반도체 자립만 도와줄 것”이라는 일각의 경고가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화웨이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던 지난 2일 보란 듯이 최신폰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중국이 자체 생산한 7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공정 반도체가 사용됐을 거라고 한다. 2018년 출시된 애플 아이폰에 들어간 칩에 쓰인 기술과 동급인데, 속도 면에서는 최신 아이폰과도 큰 차이가 없다. 미국 상무부는 2019년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의 거래를 금지했는데 4년 만에 숨겨온 발톱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강한 위기감을 드러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 핵심기술 발전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화웨이가 정부 보조금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받아 비밀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도 있었다. 반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전쟁에서 결국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화웨이만의 얘기가 아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1일 개막한 유럽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IFA 2023’에는 1,296곳의 중국 기업이 참여했다. 전체 참여사(2,097곳)의 절반이 넘는다. 선보이는 제품들도 중저가 보급형이 아니라 대부분 프리미엄 제품군이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 점유율이 30%를 넘긴 품목이 13개에 달한다는 보도(니혼게이자이신문)도 나왔다.
‘차이나 공습’을 뚫고 살아남으려면 결국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뿐이다. 기업들은 당장의 이익에 매달리지 말고 긴 안목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와 연구개발(R&D), 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기업도 경각심을 한층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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