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총리, 교원단체에 징계 철회 공식 확인
"주 1회 직접 현장 교사들과 소통" 약속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병가와 연가 사용으로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했다. 현장에 밀착한 교권 회복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주 1회 직접 현장 교사와 소통하겠다는 약속도 더했다. 전국적으로 10만 명이 넘는 초유의 교사 결집에 대통령실까지 소통 강화를 주문하고 수습 필요성을 시사하자 강경 대응을 접고 물러섰다.
이 부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및 교사노조연맹과 간담회를 열고 "추모에 참가한 교사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 선생님들을 징계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와 교권 회복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국회 통과 촉구를 위해 집단 병·연가를 쓴 교사들과 임시휴업을 결정한 교장들 모두 징계 대상에 오르지 않게 됐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연·병가 집계 요청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징계 방침 철회에 대해 "분열과 갈등보다 공감대가 형성된 교권 회복과 공교육 정상화에 온 힘을 쏟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이 교단에서 겪는 어려움과 동떨어지지 않은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해 직접 매주 한 차례 현장 교사들과 소통하겠다고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이 상처를 많이 입었다는 걸 확인했기에 보듬는 게 우선"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교육계는 여러 차례 엄포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원이 결집하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 커뮤니티 등에서 학교 임시휴업 등이 집단행동 방안으로 거론되자 수업일에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 규정하고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이에 학교장들이 임시휴업 방침을 무더기로 철회하는 등 위축 분위기도 감지됐지만 분노한 교직 사회 여론은 봇물처럼 터졌다.
많은 교사들이 "우리 처지가 어차피 벼랑 끝에 몰렸는데 징계를 하겠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병가 등 사용에 동참했고, 전국의 상당수 학교가 임시휴업 대신 단축 수업 등으로 우회하면서 국회 앞에만 약 5만 명이 운집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교사들이 예상했듯 수만 명의 징계 사유를 일일이 따지기도 불가능하고 내년 총선을 고려하면 교직 사회를 적으로 돌리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사들은 교육부가 징계 카드부터 빼든 것이 패착이라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교사는 "동료 교사들의 잇단 죽음에 우울감이 심해지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극에 달해 수업을 못할 지경인 교사들에게 징계로 자극한 교육부는 불난 집에 돌진한 유조차 같았다"고 말했다.
초유의 교사 집단행동을 본 대통령실의 관여도 교육부 태도 변화의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겨야 한다"고 하자 대통령실도 "교육부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히며 징계 철회가 검토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전날 오전까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이 부총리는 대통령실 언급 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징계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물러서며 극한 대립 구도는 풀리는 국면이지만 교사들의 주말 집회는 교권 회복 관련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 '교권 회복 4대 법안'을 논의한다. 여야가 개정 필요성에 합의한 터라 21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통과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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