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괴롭히는 학생 훈육 이유로
2019년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장학사·검찰은 "혐의 없음" 판단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 영정사진을 들고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사망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조사과정에서 국제아동권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정서 학대' 의견을 낸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11일 전국초등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7일 숨진 대전 초등 교사 A씨는 2019년 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다른 친구를 괴롭히거나 A씨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 학생 등을 훈육했다는 이유였다. 학대 여부를 조사한 교육청 장학사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아동학대 조사기관으로 참여한 세이브더칠드런은 '정서 학대'로 판단했다. 이에 사건이 경찰로 넘어가 A씨는 10개월간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결론은 무혐의였다.
A씨는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가 실시한 교권침해사례 모집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밝혔다. 그는 "아동학대 조사기관(세이브더칠드런)의 어이없는 결정을 경험했다. 그들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면서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적었다.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떠난 대전 초등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9일 오후 고인을 추모하는 쪽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 사실이 알려지며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후원 취소도 쇄도하고 있다. 10년 넘게 세이브더칠드런을 후원해 왔다는 한 누리꾼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괴롭히며 가해를 저지르는 아이까지 도와주고 감싸주는 단체였나. 학부모 말만 듣고 정서 학대 의견을 냈을 세이브더칠드런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후원 취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배신당했다"며 후원을 끊겠다는 이용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교육계도 비판했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아동 관련 단체라 후원하는 교사들이 많았는데 해지하고 있다"며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교육·행사 협조 요청을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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