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10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개최 계기에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푸틴은 어제 1박2일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일정에 나섰고, 김정은도 같은 날 오후 전용열차 편으로 평양을 출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정부도 북러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고, 이르면 12일 열릴 것이란 예상이다.
우려되는 북러 밀착, 특히 군사협력 가능성에 비춰 대중국 관계는 우리로선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러시아의 첨단군사기술 거래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세계는 물론 한반도 안보 정세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박진 외교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다급한 러시아가 우리의 우려를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할지는 미지수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용 무기 제공 불가 방침을 미국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거리를 두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중관계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발언과 한미일 협력 강화로 긴장관계에 있었다. 지난주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회담은 한중관계 개선의 희망을 보여줬다. 우리가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이 적극 호응했고,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에 양측 공감이 있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북러 밀착 리스크와 한미일과 북중러 3각 대립 구도를 최소화하는 데 우리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한중관계 관리가 그 핵심 관건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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