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하는 2차 개각을 단행했다. 국방부 장관은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체부 장관은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가부 장관은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했거나 강성 우파적 시각을 보여온 인사들이다. 민심수습, 국정쇄신보다 윤 정부 국정운영의 선명성에 방점을 둔 인사로 보인다.
중장으로 예편한 신 후보자는 그간 군 수뇌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강한 군대를 강조해 왔다. 특히 2020년부터 “9∙19 남북군사합의는 신체포기각서”라며 문재인 정부의 국방안보에 각을 세웠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앞장서 주장하고 부대원 사인 조작 의혹도 제기돼, 최근 국방부의 난맥상을 풀기보다 갈등을 증폭시킬까 걱정이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3년 가까이 문체부 장관을 맡았던 MB정부 핵심 인사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유 후보자까지 가세하면 ‘MB내각 시즌2’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그는 당시 취임 직후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발언으로 문화계 안팎의 논란을 불렀고,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막말을 한 영상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언론인 출신 여론조사 전문가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 후보자는 최근까지 종편 보수논객으로 활동하며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등 공격수 역할을 자처해 왔다.
이번 2차 개각의 면면을 보면 업무 추진력은 평가할 수 있겠으나 이를 국정쇄신 의지로 보기는 어렵다. 과연 이들이 10년, 15년 공백을 극복하고 국정의 새로운 방향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겠는가. 연말 추가 개각에서 싸움꾼 장관의 이미지가 아닌 통합과 협치를 기대할 수 있는 인재 발굴이 더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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