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 교육, 쉼터 제공 등의 역할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를 정부가 내년 전면 폐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성과 지표 우수’로 평가한 사업을 고작 한 해 70억 원 안팎의 예산을 아끼자고 없애기로 했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두 배 이상 늘리면서 그들의 정착을 도울 센터는 없애겠다는 발상 자체가 납득하기 힘들다.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는 전국 9개 거점센터와 35개 소지역센터가 있다. 2004년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함께 생겨 20년의 역사와 노하우를 축적했다.
임금 체불이나 사업장 변경 같은 노무 상담, 병원·주거·범죄피해 등 실생활 고충 상담, 한국어·산업안전 교육, 국가별 커뮤니티 형성, 쉼터 제공 등의 역할을 하는 기반시설이다. 평일에 일하는 노동자를 감안해 대부분 주말에도 문을 열며, 일요일 상담 건수는 평일 대비 4배, 내방 상담은 5배 수준이다.
이런 센터 운영 예산을 내년 0원으로 책정하면서 정부는 “노무·고충 상담은 다국어 상담원을 추가 채용해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맡고, 교육 기능은 산업인력공단에 이관한다”고 밝혔다. 행정업무를 하는 관공서에서 센터가 맡아왔던 기능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주말 상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고용노동부는 “전화 상담 서비스 확대”를 대책이라고 내놓았다니,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센터 폐쇄는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조금 더 불편해지는 수준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상담, 교육, 공동체 지원을 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지역 네트워크가 모두 사라지는 셈”(윤자호 유니온센터 연구위원), “프랑스 등에서 보듯 이주민 사회 통합 실패는 폭동 등 사회 불안의 단초”(손종하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장)라는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긴축 예산’ 기조라고 해도 지킬 선은 있는 것이다. 꼭 필요한 예산까지 없앨 지경이라면, 감세 정책이 무리하지 않은지 돌아보는 것이 옳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센터 예산이 복원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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