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출 방식은 민간과 비슷하나
입력 과정 등에 외압 여지 커
주간 통계 폐지... 대대적 개편
정부 부동산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통계'가 문재인 정부 때 조작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자 시장은 예고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통계 산출 구조상 정부 정책에 휘둘릴 여지가 컸다는 것인데, 부동산원 통계 일부는 폐지 수순을 밟는 등 대대적 개편이 뒤따를 전망이다.
조작 의심 숱하게 제기돼
주택가격 조사는 1986년 1월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이 월간 단위로 처음 발표했고 2008년 주간 단위 지수가 신설됐다. 한국부동산원은 2013년 KB국민은행에서 주택 조사와 통계 업무를 넘겨받아 그해 5월부터 주간·월간 주택가격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과 부동산R114에 이어 부동산원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에선 3곳의 주택 통계가 널리 쓰였다.
다만 유독 부동산원 통계를 둘러싸고 조작 의심이 수시로 제기됐다. 집값 변동이 컸던 문재인 정부 때 공공 통계인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 기관 통계와 상당한 괴리를 보였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이후 5년간 서울 지역 아파트값은 KB 통계에선 62% 뛰었다고 나오지만 부동산원 통계에선 상승률이 3분의 1 수준인 19.4%에 그친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 두 기관의 통계치는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부동산원 주간 통계는 부동산원에 소속된 300여 명의 조사원이 직접 조사한 표본가격을 기준으로 집값 변동률을 산출한다. 조사 기간 내 표본이 된 아파트에서 실거래가 이뤄지면 이를 표본가격으로 반영하고, 거래가 없으면 인근 유사 단지의 실거래가나 매물가격(호가)을 활용한다. 조사원의 현장 조사로 입력된 거래가격을 다시 10명 남짓한 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처 주택통계부가 취합해 통계 자료를 만든다.
결국 정부 산하 기관인 부동산원에 상위 기관 등 상부 또는 외부의 요구나 지시, 입김이 작동할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15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적시된 △통계 확정 전 속보치 등을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에 제공 △조사원들이 표본가격을 소극적으로 입력 등 '통계 마사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표본주택을 기반으로 표본가격을 조사하는 KB 통계 역시 부동산원 통계와 산출 방식은 비슷하다. 다만 은행원이 아닌 협력업체로 지정된 해당 지역 중개업소가 집값을 입력한다. 중개업소의 주관이 개입할 수는 있지만 정부 정책에 휘둘리거나 정부 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표본 수(6만7,000호)도 부동산원(주간 3만2,900호)보다 배 이상 많다.
국토부 통계 개편 착수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감사원 감사결과를 반기는 기류가 엿보인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먼저 문제제기를 한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면 이를 계기로 대대적 개편 작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가 객관적으로 진행된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원도 이번 감사결과를 두고 내부에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다.
주간 통계는 더는 발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 거래에 2, 3개월 걸리는데 주간 단위로 가격 흐름을 쫓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다. 감사원 지적대로 정부 입김이 통계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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