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 통계가 정부 정책 홍보 도우미로 전락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 주도로 주택·소득·고용에 걸쳐 국가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정책 성과를 부각시키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실제와 다른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 조작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5개월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일자리수석이 주도했고 관계부처 장차관과 통계청장도 연루됐다. 집값 관련 통계가 뒤바뀐 사례는 확인된 것만 94건에 달했다.
감사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의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당시 청와대(11명), 국토교통부(3명), 통계청(5명), 한국부동산원(3명) 소속 22명에 대해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이 명단에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최대 현안인 주택 가격의 경우,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 부동산원이 통계를 확정하기 앞서 작성 중인 자료를 불법으로 제공하도록 지시했다. 자료를 바탕으로 △미확정 통계에 임의의 가중치 적용 △재검토 △변동률 상승사유 소명 △현장점검 등을 요구·지시하는 방법으로 부동산원을 압박해 통계를 조작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국토부-부동산원으로 이어지는 구체적 지시·질책·압박 정황들이 다수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사전 통계를 보고받은 청와대는 "시장을 똑바로 보고 있는 거냐. 수치가 잘못됐다"고 국토부를 질책했고, 2018년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 발표 후 집값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청와대는 국토부에 "금주 예정된 정부 발표를 감안하면 안정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넣으라"고 요구했다.
국토부는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한다"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 변동률이 0.05% 나와야 한다. 안 되면 전주(0.06%)에라도 맞춰달라"며 부동산원을 재차 압박했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집값 변동률이 못마땅하면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 "본업도 제대로 못한다"고 다그치며 기관장 사퇴까지 들먹여 겁박했다.
부동산원은 무수한 협박에 못 이겨 상부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이에 2019년 2월부터 70주 동안 실제 조사 없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임의 예측치를 산정해 보고했다. 그 결과 서울 강남구 대치아이파크 150㎡ 가격은 2019년 1월 2주차 변동률이 0%로 나왔다. 1주차 가격을 23억4,000만 원에서 27억 원으로 뒤늦게 조작해 수치상 기준점을 높인 데 따른 것이다.
2020년 총선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도록 10주간 집값 변동률을 낮췄다. 통계 조작은 문 정부에서 빈번했던 부동산 대책 발표에 맞춰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문 정부의 대표 정책인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부풀리는 데도 통계 조작을 이용했다. 소득분배 악화를 개선으로 뒤집기 위해 조사 표본을 제멋대로 바꾸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메신저와 문자 내용을 지우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일부 포착됐고, 통계법의 공소시효가 5년으로 수사 기간까지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수사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결과를 확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감사원 발표에 대해 대통령실은 "충격적인 국기문란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정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범죄"라며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맞춤형 통계조작이었냐"고 비판했다. 반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통계 조작을 만들어낸 조작 감사야말로 국기 문란"이라며 "전 정부를 탄압해 현 정부의 실정을 가리려는 파렴치한 정치공작"이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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