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 백현동 개발특혜 및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시켰다. 가결 정족수에서 1표가 더 나왔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는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철벽같던 민주당의 방탄이 뚫린 데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파기가 주된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식투쟁에 동정 여론으로 기울던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외려 돌려세운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거취는 법원에 맡기고,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 수습에 주력하기 바란다.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297명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동의안 통과에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이번 2차 동의안도 단식 동정론이 확산되면서 '부결'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대국민 약속을 뒤집는 '지시'에 대한 비명계 의원들의 부담감이 '가결'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동의안 요청이유에서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해 조폭 출신 사업가와 결탁해 거액 외화를 유엔 제재까지 위반해 가며 북한에 상납한 중대범죄”라고 했다.
의외이긴 하나 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의 무리수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6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으나, 표결을 하루 앞두고 “동의안 가결은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약속을 파기했다. 20일을 넘긴 단식이 동의안 부결을 노린 정치적 꼼수였음을 자인한 것이자,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로서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요구한 낯 뜨거운 행동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표결을 앞두고 친이재명계 강성 지지층이 보여준 민주주의 파괴행위다. 이들은 부결 지지 의원명단을 공개하며 무기명표결 무력화를 시도했고, 가결표를 던질 의원들을 “추적·색출해 정치생명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모습은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양심에 따른 투표의무를 흔들어 ‘민주’라는 이름에 먹칠을 한 짓이다.
단식 중인 이 대표는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구속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주말이 끼어 있는 만큼 내주 초 결정될 예정이다.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보복수사의 역풍에 휘말리게 되지만, 구속이 되면 당 대표 부재 상황이 길어져 민주당 내 갈등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1야당의 소임은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일이다. 게다가 총선은 7개월도 남지 않았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고, 야당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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