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 축구가 쿠웨이트와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1차전에서 9-0으로 대승을 거뒀다. 한 수 아래의 상대였다곤 하나 답답한 성인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다가 모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쾌승이었다.
다음 날 쏟아진 기사들 중 한 외신 보도가 눈에 띄었다. 독일 매체 '키커'는 해트트릭을 작성한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활약을 조명하면서 한국의 군대 문제를 다뤘다. 키커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정우영이 20개월간의 군 복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메달 획득을 바라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가에 특별 공헌한 경우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하며 관심을 보였다. 해당 게시물엔 현지 팬들도 댓글을 달았다. “한국의 군 복무 상황은 어떻게 되나” “결승전에 진출하면 면제가 가능한 건가” 등등.
47억 아시아인의 축제가 시작됐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나면 분명 갑론을박이 오갈 단골 논쟁거리가 우리나라의 병역 특례 혜택이다. 이 무렵이면 늘 국가대표 선발을 둘러싼 잡음이 일었다. 입상 가능성이 큰 종목일수록 그랬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 벌어졌던 희대의 촌극이 기억난다. 당시 야구대표팀은 금메달을 따고도 환영받지 못했다. 일부 선수들의 선발을 놓고 선동열 감독은 국회에 불려나가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정치인들에게 청문회 수준의 추궁을 당했다. 한 시민단체는 ‘부정 청탁의 결과물일 수 있다’며 권익위원회에 신고하고 그걸 또 조사하는,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28일 항저우로 출국하는 야구대표팀은 ‘그 일’을 계기로 싹 바뀌었다. 일본과 대만을 제외한 팀들은 우리나라 중학교 수준의 야구를 하는 아시안게임에는 프로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최근엔 부상 때문에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에이스 투수도 교체해 논란 차단에 전력을 기울였다.
‘예술·체능의 특기를 가진 자’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병역의무특례규제에 관한 법이 만들어진 건 1973년이다.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따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던 시절에 만든 법으로, 처음에는 올림픽,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 이상 입상도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었다. 몇 차례의 손질을 거쳐 1990년부터는 현행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대상이 한정됐다. 그사이 군 복무 기간도 36개월에서 18개월로 줄었지만 20대에 전성기를 맞고 30대에 은퇴하는 운동선수들에겐 치명적인 경력 단절일 수 있다.
그럼에도 BTS도 군대에 보내고야 마는 게 한국의 정서다. 5년 전 손흥민(토트넘)처럼 온 국민이 응원하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도 예외일 수 없다. 부상 후유증으로 완전치 않은 몸을 이끌고 참가한 아시안게임이지만 금메달을 딴다 해도 출전 시간이나 활약이 미미하다면 온도는 바뀔지 모른다.
22일 AFP통신은 "한국 게이머에 대한 병역 면제 논란 재점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BTS와 손흥민·페이커를 비교하면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의 LOL팀이 금메달을 받고 병역을 면제받게 되면 논쟁이 다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분야별 형평성,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려운 축구월드컵 우승을 해도 혜택이 없는 대회별 형평성 논란이 존재하는 병역법은 분명 손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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