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다. 가뜩이나 나라 안팎의 경제 관련 수치 중 반가운 내용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때 기획재정부의 'OECD 9월 중간 경제 전망' 자료를 보니 또 걱정이다.
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5%로 예상해 석 달 전 수치를 유지했다. 반면 일본의 성장률을 0.5%포인트(1.3%→1.8%) 올렸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성장률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한국 –5.1%, 일본 –1.3%) 이후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당한다. 한국이 '잃어버린 30년' 일본보다 더 낮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위기다. 저성장이라는 말도 일본 대신 우리가 갖게 생겼다. 게다가 정부·한국은행·IMF(1.4%), 아시아개발은행(ADB, 1.3%)의 전망치는 더 우울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저하고(上低下高)'만 외치고 있다. 경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비판을 받으면 상반기(1~6월)는 어렵지만 하반기(7~12월)에 좋아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하반기의 절반(3분기)이 다 가도록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무역수지는 흑자"라며 물타기하지만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다. 정부가 바란 'U자' 대신 'L자'가 그려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7월 한국의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5.5% 줄어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7개 나라 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수입액은 25.4% 줄어 37개 회원국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국제 유가 상승 및 계절적 요인에 따른 변동성은 있지만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고 있다며 또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황이 좋아지고 중국 관광객이 늘 것이라는 기대도 담았다.
하지만 현장의 생각은 다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4~15일 2,282개 제조업체에 4분기 제조업 경기(BSI) 전망을 물었더니 84로 3분기(7~9월) 전망치 91보다도 7포인트나 떨어졌다. 내수(90→84), 수출(94→83) 모두 줄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소비심리지수(CCSI)도 두 달 연속 하락해 넉 달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갔다.
정부는 뭘 하는 걸까. 미국 정부는 며칠 전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10년 동안 반도체 원판(웨이퍼) 투입량 기준 5% 이하로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을 확정했다. 우리 정부는 3월 초안이 공개된 뒤 반도체 업계의 요구대로 10%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조 바이든 정부는 못 본 척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전략을 뜯어고쳐야 할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업계의 경영 환경을 반영하고 국가 안보 우려가 없는 정상적 비즈니스 활동은 보장한다"고 평가했다.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정신 승리' '희망 고문'의 연속이다. 그런 정부가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고난도 방정식을 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집 떠나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이는 추석이다. 우리 경제도 훌쩍 커서 돌아오면 좋으련만 이번 추석은 물 건너갔다. 그렇다면 내년 설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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