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초급간부를 육성하는 육군 학군장교(ROTC) 운영 대학 중 절반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학군장교의 인기 하락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기피 현상이라 말할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초급 장교가 갖는 혜택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 인식이 훨씬 큰 탓이다.
국회에 제출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육군 학군단 제도가 있는 108개 대학 중 54곳이 정원 미달 상태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경인교대는 정원 36명에 후보생은 5명, 교원대는 정원 69명에 23명만 다니고 있다. 사립대에서도 한양대는 54명 정원 중 25명, 서강대는 43명 중 23명에 그치는 등 정원의 절반 이하로 운영되는 대학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입영 후 중도 포기자까지 감안하면 임관하는 학군장교가 육군 목표치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지원율도 기피현상을 뒷받침한다. 올 전반기 학군장교 후보생 지원 경쟁률은 역대 최저인 1.6대 1로, 창군 이래 처음으로 추가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2015년도만 해도 4.8대 1이었으니 10년도 안 돼 경쟁률이 3분의 1로 뚝 떨어졌다.
학군장교 선호가 떨어진 데는 처우 문제가 꼽힌다. 윤석열 정부의 사병 월급 200만 원 공약에 따라 현재 월 130만 원 수준인 병장 봉급(지원금 포함)은 2025년엔 205만 원으로 오르게 된다. 초급 장교 1호봉 월급은 178만 원으로 공무원 임금 인상률로는 2025년 역전될 수 있다. 사병의 복무 기간이 18개월인 반면 학군장교는 군별로 24~36개월이다. 과거와 달리 특채 등 전역 후 혜택도 없어진 지 오래다. 흔히 장교를 나라의 간성(干城)이라 한다. 이런 상황에선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 안보역량 저하뿐만 아니라 군 복무 동안 키우게 되는 리더십 등을 감안할 때 사회 자산의 손실이기도 하다. 초급 장교의 70%를 차지하는 학군장교 육성과 사기진작을 위한 정부 대책과 처우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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