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평균 흑자액 18만3,000원 감소
금리 인상에 2020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
옷·신발 등 준내구재 소비 절감 두드러져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 심리의 바로미터인 가계 여윳돈마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고금리‧고물가 위기감도 커지고 있어 소비 위축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의 월평균 흑자액은 111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만3,000원(13.8%)이 줄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를 포함해 2020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흑자액은 세금‧이자 등을 내고 남은 가처분소득에서 식료품과 같은 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으로, 가구의 여윳돈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계 흑자액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금리 빅스텝(1.75%→2.25%) 이후 계속된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가계의 이자지출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2분기 7.1%였으나, 올해 2분기엔 42.4%로 급증했다.
늘어난 이자비용을 보전하고자 가구가 선택한 방법은 소비 절감이다. 실제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102.6‧8월 기준)는 1년 전보다 5.2% 떨어졌다. 2020년 3월(-7.1%)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7월(-3.3%)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진 건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품목별로 보면 옷과 신발, 가방 등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준내구재 소비가 7.6% 감소했다. 1년 미만 사용되는 음식료품과 화장품, 서적 등을 아우르는 비내구재 중에선 음식료품(-8.3%) 소비 위축이 두드러졌다. 고정된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구가 늘어난 이자비용 탓에 먹고 입는 데 쓰는 소비를 줄인 셈이다.
4분기 들어서도 민간소비가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데다, 치솟는 국제유가와 출렁이는 원‧달러 환율 등으로 고물가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높아진 수입물가는 국내 물가를 밀어 올리며 물가 불안을 부추긴다.
움츠린 수출이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소비 위축은 경제성장을 끌어내릴 공산이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불황 국면에 놓여 있다”며 “경기 반등 시점이 상당 기간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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