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야마구치 오토야
오에 겐자부로가 1961년 발표한 ‘정치와 성(性)’ 연작소설 ‘세븐틴’은, “쭈그러든 성기”처럼 위축된 삶을 살던 한 10대 비행청소년이 ‘황도파’ 우익 정치세계에 입문한 뒤 난폭하게 '발기'하는 이야기를 통해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미숙한 일면을 알레고리로 고발한 작품이다.
“고맙네, 자네같이 순수하고 용감한 애국 소년을 기다렸네. 자네는 천황 폐하의 거룩한 뜻에 합당한 일본 남자야.” 노회한 우익 간부의 칭찬에 소년은 비로소 ‘타인의 시선’을 극복하고 ‘발기’한다. “나의 남근이 꽃이었다.” “격렬한 오르가슴의 쾌감에 휩싸”인 그는, “개인적인 내가 죽고 나의 사심도 죽었다. 나는 천황 폐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났”고 “죽음의 공포에서도 해방됐다." 그는 ‘10만 좌익’에 맞서는 스무 명 황도파 청년그룹에서, 가장 용맹스럽고 흉포하고 우익적인 ‘세븐틴’이 된다.
한 해 전인 60년 10월 일어난 좌파 정치인 아사누마 이네지로의 암살사건이 소설의 모티브였다. 총선을 앞두고 3당 당수 합동 연설회에 참석해 연단에 선 사회당 총재 아사누마에게 17세 소년 야마구치 오토야가 달려들어 칼로 살해한 사건. 범행 장면이 여과 없이 TV 뉴스로 방영되면서 일본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야마구치는 육상자위대원 아버지로부터 엄한 애국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 고교 재학 중 극우정당에 입당, 좌파 집회 등을 방해하는 전형적 정치깡패로 변신해 학교를 중퇴한 인물. 조직 사주 없이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그는 소년감호소에서 ‘칠생 보국 천황폐하 만세’라는 글을 남기고 그해 11월 2일 자살했다. 지금도 일부 극우단체는 그를 ‘열사(烈士)’로 떠받들며 성대한 추모제를 연다고 한다.
소설의 성적 메타포 즉 ‘발기'의 상징은, 좌우 이념을 떠나, 성적으로 무분별하게 왕성한 저 나이대의 미숙에 대한 역설(逆說)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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