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9개월간 560억 원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지금까지 적발된 불법 공매도 중 기간과 규모 모두 최대다. 무엇보다 헤지펀드도 아닌 글로벌 IB들이 상습적으로 불법을 저질러왔다는 게 충격적이다. “IB들이 불법 공매도로 국내 증시를 어지럽힌다”는 개미 투자자들의 주장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매매기법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데, 매도물량을 쏟아내면 주가 하락을 키울 수 있다. 무차입 상태에서 먼저 주식을 팔았다가 나중에 빌려서 정산하는 ‘사후 차입’을 법이 금지하는 이유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홍콩 HSBC다. BNP파리바는 9개월간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 원 규모를, HSBC는 5개월간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 원 규모를 무차입 공매도했다. 수수료 수익을 위해 불법 공매도를 알고서도 방치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이런 불법 공매도가 개미 투자자 손실로 이어졌을 공산도 적지 않다. 실제 카카오의 경우 BNP파리바 불법 공매도 기간에 주가가 45%가량 떨어져 코스피 하락폭(16%)을 3배가량 웃돌았다.
불법 공매도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세다. 2020년 4건, 2021년 14건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9월에 벌써 30건이다. 처벌이 솜방망이니 그렇다. 최근 4년 평균 과징금이 1억8,000만 원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데,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글로벌 IB 전체로 조사를 확대하고, 주문을 받아준 국내 증권사 책임 여부도 확실히 가려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퇴출시킬 정도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공매도 시장은 정보력과 자금력에서 앞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여기에 불법 공매도까지 방치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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