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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가자지구 진입을 앞두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도심 지하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터널이다. IDF는 이를 ‘가자 메트로(지하철)’라고 부르는데, 면적 365㎢인 가자지구 내에 터널 총길이가 500㎞에 달한다는 게 하마스 주장이다. 면적 605㎢인 서울의 지하철 총길이는 316㎞다. 하마스가 과장했더라도, 얼마나 방대한지 짐작할 수 있다. 터널에는 철로까지 깔려 있으니, 메트로라고 부르는 게 크게 틀리지 않는다.
□ 초기 가자 메트로는 이스라엘이 가자를 봉쇄한 2007년 이후 이집트와 국경 아래 터널을 파 상품과 연료 무기 등을 밀수하는 데 이용됐다. 한때 2,500개까지 건설돼 이집트의 골칫거리였는데, 이집트 정부가 터널에 물을 부어 파괴하려 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하마스는 시가전에 대비해 도심 인구밀집 지역 밑에 터널을 건설했다. IDF도 2014년 지상공격 등을 통해 파괴하려 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 터널은 전력이 크게 뒤지는 군대가 강자와 맞서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북베트남군이 1968년 호찌민시 인근에 건설된 구찌 터널을 통해 미군을 공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동에서도 2014년 이슬람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팔루자에 터널을 뚫어 이라크 정부군과 맞섰고, 같은 해 시리아 반군은 알레포 도심에 터널을 파 정부군 군사기지를 폭파했다. 하마스는 5번이나 가자지구를 점령당하는 수모 속에서도 터널을 확장했다.
□ 하마스는 시가전에 특화된 무장단체다. 인간 방패 사용에도 주저함이 없다. 특히 사령부 등 주요 시설은 공습을 피하려 병원 같은 시설 밑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수백 명 인질들을 터널에 배치하고, 입구와 곳곳에 부비트랩을 설치한다면 지상전으로 터널을 공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IDF는 강력한 ‘벙커버스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지상전을 앞두고 17일(현지시간) 수백 명이 희생된 가자지구 병원 폭격의 목적이 가자 메트로와 연관된 것인지는 후일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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