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역·북아프리카, 동시다발적 규탄 시위
"이스라엘, 민주국가라면서 국제법 위반" 비난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
18일(현지시간) 새벽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미국 대사관 주변을 성난 외침이 뒤덮었다.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로 최소 500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몰려든 수백 명의 밤샘 시위였다. 시위가 격해지자 보안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분노는 이스라엘을 향했다. 튀르키예,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이라크, 예멘, 이란, 튀니지, 모로코 등 중동 전역과 북아프리카까지 끓어올랐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극단적인 무장 투쟁과 거리를 뒀던 아랍권이 똘똘 뭉친 것이다. 이는 하마스를 상대로 1대 1 전쟁을 벌이려 했던 이스라엘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동 전역으로 일파만파… 분노로 단결
17일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 전역에서 대규모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집결했다고 이란 국영 RNA통신이 전했다. 요르단 수도 암만의 시위를 취재하던 알자지라 소속 오사마 빈 자바이드 기자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아이들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온건파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서안지구에도 분노가 넘쳤다. 중심도시 라말라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지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져 보안군이 최루탄과 섬광탄을 쏴서 자제시켰다. 일부 시위자는 금기인 "하마스 지지"를 외쳤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하마스를 엄호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맞보복을 경고해 온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18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이러한 전쟁범죄 앞에서 자유인의 침묵은 용납될 수 없다"며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이며 확전에 대비 중인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역시 18일을 '적에 대한 분노의 날'로 정하고 "거리와 광장으로 즉각 나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선동했다.
이스라엘 '내로남불'·미국 '이중 잣대'에 분노 폭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랍권은 이스라엘의 짓이라고 지목했다. 이번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가치마저 무시한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도 "이스라엘 점령군의 짓"이라는 입장을 냈다. 아랍연맹(AL)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전쟁범죄를 기록할 것이고 범죄자들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이스라엘을 겨냥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했지만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비호하에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지난해 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정권이 출범한 이후로는 이스라엘이 이슬람을 노골적으로 모욕한다는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 이스라엘에 대한 집단적 분노가 이번 참사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나빌 파흐미 전 이집트 외무장관은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는 아랍인들조차 엄청난 분노를 품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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