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는 3월말 가계대출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내용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하폭은 0.7%포인트에 달했다. 발표 자리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동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돈 잔치’를 비판한 데 따른 행보였다.
이 원장은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상생금융 압박으로 인한 대출금리 하락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에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를 부탁한 것일 뿐, 금리를 내리라고 한다고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리 조정의 결과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신규취급액 가중평균금리는 3월 연 5.23%에서 4월에는 4.70%까지 떨어졌다. 우리은행만이 아니다. 앞서 이 원장이 방문했던 하나 신한 KB국민은행도 모두 이자 경감 방안을 내놓았고, 실제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은행 자율적인 결정이었다고 발뺌한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앞선 11일 국감에서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대해 “금융 상식이 있으면 그런 상품을 안 내놓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연령층에까지 50년 상환을 조건으로 대출을 크게 늘려준 은행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50년 만기 대출을 먼저 내놓은 건 정부였다. 주택금융공사 특례보금자리론 만기를 50년으로 늘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무력화시켰다. 연간 상환 원리금을 줄여 대출액을 대폭 늘린 것이다. 그래놓고 이를 따라 한 은행들만 몰상식하다고 몰아세웠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신혼부부는 연령 제한 없이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도 모른 채 “특례보금자리론은 34세 이하 청년들만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좀체 브레이크가 없다. 9월 한달 은행권 주담대가 6조 원 넘게 불어나며 연간 증가액이 35조 원을 넘는다. 이를 부추겨온 금융당국 수장들이 은행 탓만 하고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제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대출 억제라는 일관된 시그널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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