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여당의 위기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집권 이전부터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졌다. 특히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힘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정치 경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 위원장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보수 진영 대통령과 한배를 탔지만, 김 위원장은 정치 경력의 대부분을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보냈다. ‘여자의 남자’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1991년, 김 위원장은 3당 합당에 반대한 통일민주당 의원들이 만든 ‘꼬마’ 민주당에 합류했다. 정주영 현대 회장이 만든 통일국민당 소속으로 14대 총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에서 비례대표로 재선한 뒤, 열린우리당과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서울에서 두 번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대표에 올라 재기를 노리던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지만,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진 친노·친문과의 갈등 끝에 탈당했다. 민주당과 멀어진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민생당에 합류했지만, 이후 건강상 문제로 칩거해 왔다.
□김 위원장의 정치 성향을 얘기할 때 선친 김철 통일사회당 당수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과 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 이론을 접한 그는 4ㆍ19 혁명 직후 귀국해 한국사회당에 합류하고, 통일사회당 창당을 주도하는 등 1980년대까지 사회민주주의에 입각한 정치 실현에 매진해 왔다.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지만, 1980년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 입법위원을 받아들여 진보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선친이 걸었던 굴곡진 정치인의 길 때문인지 김 위원장 모친이나 배우자인 배우 최명길씨는 정치 입문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여권 위기에 김 위원장의 정치적 배경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정치 경력을 고려하면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중도·실용' 측면에서 효용성이 커 보인다. 위태위태한 여당을 지켜보고 있는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어떤 타개책을 내놓을지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