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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막자” 미국 압박에 인질 협상도, 지상군 투입도 ‘머뭇’… 이스라엘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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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막자” 미국 압박에 인질 협상도, 지상군 투입도 ‘머뭇’… 이스라엘의 딜레마

입력
2023.10.23 2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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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네타냐후와 통화… 서방 정상들 성명도
구호품 전달 시간도 벌어야… 하마스·이란 밀착
“지상전 최장 석 달” 전의… 가자 안쪽 첫 교전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의 한 참가자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의 한 참가자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일찌감치 예고한 가자지구 내 지상군 투입 문제를 두고 이스라엘이 머뭇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가 가자지구에 붙잡고 있는 인질 212명(이스라엘 정부 발표)의 안전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다. 특히 전폭적 지지를 보내 준 미국의 은근한 압박을 무시하기 힘들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미국인 인질을 상당수 잃으면 미국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가뜩이나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과 전면 봉쇄로 인도주의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다.

그렇다고 인질 석방 협상에 발을 담그기도 쉽지 않다.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섬멸을 맹세한 상황에서 테러 조직과의 협상에 나섰다간 자칫 수렁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상황을 “이스라엘의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지상전 땐 역내 미군 겨냥 공격도 강해질 듯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 서방 6개국 정상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국제법 준수와 민간인 보호를 요구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에 자기 방어권이 있음을 재차 언급했지만,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감수할 가능성이 큰 이스라엘에 대한 단속이 핵심 취지였다.

성명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했다. 전화 회의를 소집한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도 통화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의제는 가자지구 주민 대상 구호품 전달과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의 석방이었다. 결국 자신의 관심사를 네타냐후 총리에게 환기시키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미국의 희망 사항은 인질 협상 시간을 벌고, 가자지구에 갇힌 팔레스타인인들이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을 받는 것이다. 또 민간인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지상전이 전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논의를 잘 아는 소식통은 미국 행정부가 “인질 협상 진전과 가자지구로의 구호물자 수송차량 진입 필요성 때문에 이스라엘 지도부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압박했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진입하면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단체들의 역내 미군·미국인 겨냥 공격도 거세지리라는 게 미국 관리들 관측”이라고 보도했다.

핵심 메신저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요즘 거의 매일 통화하는 오스틴 장관이 인질 구출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고 NYT는 미국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권고 내용은 지상군 투입에 신중하라는 내용이었을 공산이 크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시가전은 극도로 어렵고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정은 이스라엘 몫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NBC방송에 “우리는 최선의 조언을 할 뿐”이라고 밝혔다.

연일 엄포 놓는 이란… ‘확전 불사’ 이스라엘 국방

이스라엘 군인들이 2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지상전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자=EPA 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인들이 2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지상전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자=EPA 연합뉴스

가자지구 진격이 확전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이스라엘의 고민거리다. 역내 반(反)이스라엘 세력 맹주 이란은 연일 엄포를 쏟아내고 있다. 하마스는 22일 성명에서 정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잔혹한 범죄”를 중단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대리인은 하마스뿐이 아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이라크 주재 공관에 근무 중인 비필수 직원과 가족에게 이라크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 레바논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에게도 떠날 채비를 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이제 와 발을 빼지도 못한다. 이스라엘에 ‘하마스 제거’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NYT는 지상전의 거듭된 연기 속에 확전도 불사하려는 강경파 갈란트 장관과, 당장은 안 된다고 반대하는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 긴장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가자지구 지상전이 최장 3개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마지막에는 하마스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의를 드러냈다. 공개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22일에는 가자지구 안쪽에서 첫 교전이 벌어졌다. 전날 이스라엘이 ‘다음 단계’를 예고하며 공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이 하마스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으로 숨졌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국경 인근 이집트 진지를 오폭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은 23일 자국을 향해 대전차 미사일과 로켓을 쏘려던 헤즈볼라의 거점 2곳과 관측소 등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22일 조직원 6명이 추가로 숨졌고, 전쟁 발발 이후 사망자가 26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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