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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갔느냐’ 아니라 ‘왜 못 돌아왔는지’ 기억해주세요”

입력
2023.10.28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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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안전 믿었던 서울 한복판”
생존자·유가족이 증언한 참사, “소외된 죽음”

이태원 압사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사고 현장에 급파된 119 구조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태원 압사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사고 현장에 급파된 119 구조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약자의 무기는 기억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는 29일 1주기를 맞는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인터뷰집이다. 인권기록센터 사이의 유해정 활동가를 비롯해 시민·청년·활동가 13명으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생존자와 유가족 등의 구술을 인터뷰로 엮었다.

구술자들은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당시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전해준다. 희생자의 친구, 연인, 가족도 있지만 이태원 주민·노동자도 포함됐다. 희생자는 그리 특별한 이들이 아니었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다. “핼러윈데이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계속된 이벤트 같은 것이다. 그날 이태원에 마약은 없었다.”(이주현씨), “이태원에서는 남들의 기준에 따라서 꾸미지 않아도 되고, 제가 어떻게 하든 차별적인 시선으로 쳐다보지 않아요.”(윤보영씨)

이들이 위험을 느껴 현장을 벗어나려고 한 순간은 이미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쓰러져 있는 사람들 속에서 누나를 찾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고 결국 누나를 찾지 못했어요. 여기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서울 한복판인데, 1분 1초가 지옥 같았어요.”(박진성씨)

참사는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 명이 밀었다고 이런 참사가 일어날 리가 없잖아요. 그런 것(음모론)들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이 참사가 소외된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심나연씨).

이들의 바람은 희생자를 향한 비난을 멈추고 참사의 실체를 직시해 달라는 것. 이태원 참사로 동생을 잃은 김혜인씨는 말한다. “어떻게 이런 일에 피해자 탓을 할 수가 있나요. 해야 할 일을 안 한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참사죠. ‘왜 갔느냐’가 아니라 ‘왜 못 돌아왔는지’를 기억해주세요."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창비 발행·348쪽·1만8,000원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창비 발행·348쪽·1만8,000원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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