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0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551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감률이 플러스로 전환한 건 13개월 만이다. 지난 1월 마이너스 16.4%까지 추락했던 수출이 점차 감소폭을 줄여 상승 반전한 건 반가운 일이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가 20%나 늘고, 선박이 100% 넘게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다. 대미 수출은 100억 달러를 돌파, 역대 10월 중 가장 높았다.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9월 전 산업 지수(1.1%)와 소매판매(0.2%) 설비투자(8.7%) 등이 트리플 상승한 데 이어 수출 지표와 무역수지까지 개선되며 경제가 최악을 지난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안심은 이르다. 10월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선 건 기저효과 덕이 크다. 수출 하락이 시작된 작년 10월과 비교한 수치란 점을 감안하면 착시에 가깝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액은 635억 달러였던 2021년 3월과 비교하면 15% 이상 낮다. 2년 전 10월(555억 달러)에도 못 미친다. 사실 대만은 이미 9월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상승 전환했다. 더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불확실성은 다시 커졌다. 세계은행은 충돌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모처럼 고개를 든 수출이 계속 우상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 대응하는 건 기본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품목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외 환경의 변수가 큰 수출에만 의존해선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경제'를 벗어날 수 없다.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지난 50여 년간 수출은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지만 이젠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시장과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어 리스크도 커진 게 사실이다. 해외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 소비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갖춰나가는 게 중요하다. 저출산·고령화와 잠재성장률 0% 시대에 대비하는 새로운 50년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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