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지도자 사칭 러시아 유튜버 속아
멜로니 "탈출구 필요한 시기 가까워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아프리카 지도자를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의 장난 전화에 속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피로를 느낀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금전적 지원을 쏟아붓는 데 지친 서방 국가의 '본심'을 들킨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과 유럽 등 우방의 지원 축소는 지난해 2월 이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러시아 유튜버에 속은 멜로니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 미국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보반'과 '렉서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유튜버들이 멜로니 총리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들은 아프리카연합 위원장인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을 사칭했다. 통화는 멜로니 총리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던 같은 달 18일 이뤄졌다.
통화는 13분이나 이어졌다. 보반과 렉서스가 "유럽연합(EU)의 모든 자금이 우크라이나로 가기 때문에 아프리카가 유럽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고 운을 떼자 멜로니 총리는 "솔직히 말하면 모든 면에서 많은 피로감이 있다"고 인정했다. 전쟁 이후 닥친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 유입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면서다.
멜로니 총리는 "우리는 탈출구가 필요한 순간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제는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양측(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휴전 등의)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라며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를 제안할 적절한 시기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되찾겠다는 우크라이나의 계획에 대해서도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전쟁 피로감, 파도처럼..." 우려 표명
우크라이나는 우방국에서 전쟁 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염려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미국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 일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익숙해졌다는 게 무섭다. 전쟁으로 인한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쟁 지원 예산이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로 분산되는 것도 악재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길어지며 소모전 양상이 됐기 때문에 서방 국가의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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