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25일 만 처음...가자지구 탈출
외국 국적 보유자·가자 중환자 등 이집트로
팔레스타인인은 입국 불허...국경서 생이별
"2일 한국 국적 일가족 5명, 이집트 입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지 25일 만에 가자지구의 유일한 탈출구가 열렸다.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과 다른 나라 국적을 보유한 이중국적자와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300여 명이 이집트로 향하는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과했다. 한국 국적의 일가족 5명도 2일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입국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약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겐 탈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소수의 중상자에게만 탈출이 허용됐다. 라파 국경 인근은 비극의 현장이었다. 어떤 가족들은 생이별을 하면서 울었고, 어떤 가족들은 다 같이 남기로 결정하면서 울었다.
전쟁 25일 만...외국인·중환자 400여 명 탈출
1일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봉쇄로 발이 묶인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구호단체 직원 등 최소 361명의 외국 여권 소유자가 이날 가자지구를 나와 이집트에 입국했다. 치료가 시급한 팔레스타인 환자 약 80명도 국경을 넘었다. 이집트, 이스라엘, 하마스가 외국 국적자와 중상자 일부를 내보내기로 합의한 지 하루 만이다.
가자지구 국경관리 당국은 2일 탈출할 외국 국적자 약 600명을 추가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인 400명 등이 포함됐다. 앞으로 약 2주 동안 7,500여 명이 라파 국경을 넘게 된다. 가자지구에 체류 중이던 40대 한국인 여성과 팔레스타인계 남편, 자녀 3명 등 한국 국적의 일가족 5명도 2일 오전 이집트로 입국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너만이라도 살아”...국경서 생이별한 가족들
1일 라파 국경에는 외국 여권 소지자와 가족들이 탈출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명단에서 배제되면서 생이별의 현장이 됐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는 “첫날 입국 대상자 491명 중 약 130명이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기를 거부하며 가자지구에 남았다”고 말했다. 호주 이중국적자인 압달라 다할란은 아내와 함께 대피할 수 없게 되자 탈출을 포기했다. 호주 정부가 다할란의 아내를 위한 긴급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으나 소용없었다.
가자지구 주민 나디아 살라의 가족은 이산가족이 됐다. 30년 전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첫째 딸만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나머지 가족은 딸을 배웅한 뒤 이스라엘군의 미사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집으로 돌아갔다. 살라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안전을 위해 딸이라도 떠나야 했다”고 울먹였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입국은 계속 금지하기로 했다.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토와 주권을 보호할 것”이라며 난민 수용 불가 입장을 확인했다. 팔레스타인 중상자들도 치료를 마치면 가자지구로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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