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가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의 시판 가격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화이자는 미국 정부와 구매계약이 끝나는 11월 이후에 팍스로비드 5일 치 시판 가격을 1,390달러(약 188만 원)로 책정했다. 이는 미 정부가 구매해 온 5일 치 529달러(약 71만 원)의 2배를 넘는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 할 일이 결코 아니다.
팍스로비드가 세계 코로나 치료제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 보니 파격적 가격 인상도 가능하다. 제약주권이 없는 식민지국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보다 효능이 좋고 부작용이 덜한 2세대 코로나 치료제 임상1상도 진행 중이다. 이 약물(PF-07817883)은 약물충돌 가능성도 적어 병용금기약물이 많은 팍스로비드의 약점을 보완한다. 일본 시오노기제약도 조코바 후속 치료제(S-892216)를 개발 중이다. 임상1상 단계인 이 약물도 조코바의 부작용과 병용금기약물을 대폭 줄인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이 2세대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은 코로나19가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세계 치료제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변이가 심한 RNA 계열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까지 잡는 약물이 등장해야 정복 가능하다. 특정 바이러스를 겨냥하는 기존 신약 개발 방식으로는 변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팬데믹 초기 많은 나라가 백신 접종률 70% 이상이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줄 알고 백신 위주 방역정책을 폈지만, mRNA 백신은 변이에 의한 '돌파감염'을 못 막고 있다. 백신이든 치료제든 변이 잡는 범용 약물이 나오지 않는 한 코로나 사태 종식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제 바이러스 변이까지 잡는 범용 항바이러스 약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범용 항바이러스 약물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과학계가 모색 중인 꿈의 약물이다. 코로나19는 물론 넥스트 팬데믹 대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정부와 빌게이츠재단 등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한 제약사가 개발한 범용 항바이러스제가 공동 전임상에 돌입하는 등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주목을 받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 약물은 긴급사용승인용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지만, 우리 보건당국은 9개월 동안 긴급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다. 미국과 일본 제약업체의 급박한 흐름이 아니더라도, 정부는 가부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제약주권 확립을 위해서라도 당국의 책임 있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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