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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볼키스, 무례한 볼키스

입력
2023.11.08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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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18년 앙겔라 메르켈(왼쪽) 당시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서 만나 볼인사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8년 앙겔라 메르켈(왼쪽) 당시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서 만나 볼인사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볼키스는 한국인들에게 낯설고 어색한 인사법이다. 살면서 직접 볼키스 인사를 주고받을 기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악수를 하듯, 볼키스가 흔한 인사 방식인 국가들이 적지 않다. 유럽, 중남미는 물론 중동 국가들과 필리핀 같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볼키스를 주고받는다.

□ 볼키스는 에어 키스(Air Kiss)라고도 부른다. 살짝 볼을 대거나 거의 닿지 않게 하는 게 일반적인 매너여서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상대를 주시하지만, 입술의 방향은 상대의 반대 방향으로 삐죽 내밀어 가볍게 쪽 소리를 내는 게 기본이라고 한다. 국가마다 볼키스 방향과 횟수도 다르다. 브라질은 한 번, 프랑스는 양볼 한 번씩 총 두 번, 스위스는 오른쪽 왼쪽 오른쪽 총 세 차례 볼을 맞댄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양볼 두 번씩 총 네 번이다. 단 스페인은 오른쪽부터, 이탈리아는 왼쪽부터다.

□ 나라별로 문화 차이가 있다 보니 종종 논란을 낳는다. 지난 9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아내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아내 커밀라 왕비에게 프랑스식 볼키스 ‘비주’를 했다. 친근함의 표시였겠지만, 영국 왕족에게 신체 접촉을 먼저 하는 것은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배우 윌 스미스가 영화 홍보차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볼키스를 한 남성 취재진에 손찌검을 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최근 크로아티아 남성 외무장관이 독일 여성 외무장관에게 한 볼키스가 여론 뭇매를 맞았다.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무장관회의에서 옆자리 독일 장관에게 얼굴을 불쑥 들이밀며 느닷없이 볼키스를 했다. 독일 장관은 당황한 듯 얼굴을 돌렸다. 크로아티아 언론은 “외교 수장이 기본 품위를 갖추지도 못한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2018년 크로아티아와 프랑스가 맞붙은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서 당시 크로아티아 여성 대통령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에게 먼저 다가가 볼키스를 한 것을 두고 “우아했다”는 외신 평가가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떤 인사법이든 배려가 기본이다. 악수도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무례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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