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챗GPT 등장 3차 인터넷 혁명
"AI 로봇 정치인, 인간 뛰어넘는다" 전망
반성과 혁신 없는 정치, AI에 점령당할 것
“오늘 얘기하는 게 내일 바뀔 수도 있어요. 지금 안 되는 기능도 내일은 가능할 수 있죠. 모든 한계는 극복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난달 회사에서 진행된 ‘생성 인공지능(AI) 시대 언론의 대응 과제’ 특강에서 강사가 했던 말이다. 꼭 1년 전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이면서 불붙은 3차 인터넷 혁명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챗GPT 베타 버전 출시 자체부터 충격적이었다. 1994년 인터넷 브라우저 넷스케이프 웹 탄생,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을 뛰어넘는 혁명적 미래사회 도구라는 평가였다. 구글의 바드, 아마존의 타이탄 등 생성 AI 개발 붐이 일었고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큐 서비스 같은 추격 시도가 잇따랐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진화와 혁신 속도다. GPT-3.5 버전에 이어 지난 3월 나온 GPT-4, 그리고 지난 6일 공개된 GPT-4 터보 등 버전 업그레이드 속도는 숨 가쁠 정도다. 문서 몇 쪽 요약에서 책 한 권 통째 요약이 가능해지는 데 걸린 시간이 8개월이었다. AI가 지난 10년의 발전 속도를 1년, 1개월, 1주마다 경신하는 게 가능해진 세상이다.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공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여러 직업군에 위기론이 번진다. 아마도 가장 먼저 AI로 대체됐으면 하는 직업 중 하나가 정치인 아닐까.
과학기술과 한국 사회의 미래를 전망한 책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4’에는 ‘AI 정치인이 인간 정치인과 경쟁하게 될까?’라는 항목이 나온다. 이 책은 AI가 국회의원 직무를 데이터로 학습하고 알고리즘으로 만들 경우 “고도로 정교한 AI 로봇이 출현한다면 비효율적인 인간 정치인이 도태되는 현상을 거스르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변인실 논평부터 의원 발언 초안 작성, 의안 자동 발의, 예결산 분석까지 AI 기능은 곧바로 이용될 수도 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점(2045년으로 예상)부터 한 세대 정도가 흐른 약 50년 뒤, 2076년 35대 국회쯤부터는 AI 로봇 정치인이 입법부를 장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책은 “인간 정치인이 수행하는 법안 발의와 심의, 예산안 심의, 국정감사는 AI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악 쓰는 정치인들의 몸싸움 정도를 제외하면 AI가 인간 정치인의 많은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년 4월 22대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이니, 반성이니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진 험지 출마, 청년 정치인 안정적 당선권 보장, 획기적인 인재 영입 등 비슷한 구호만 4년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두 당의 지지율 정체ㆍ하락의 핵심 요인이지만, 자신들이 어떻게 반성하고 달라질지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
유권자 중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25%(1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에 달한다. 이들에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인간 정치인 대신 AI 로봇 정치인을 찍겠냐고 물으면 어떤 답이 나올까. 아마도 낮은 버전의 AI 로봇이 출마한다 해도 당장 지지하겠다는 답이 많지 않을까.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맹성, 국회의원을 지망하는 정치인들의 변화가 없다면 머지않아 여의도는 AI 로봇 정치인에게 점령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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