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밤 군사정찰위성을 기습 발사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어제 9·19군사합의에 대한 일부 효력정지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위성을 우주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켰다고 주장하나 한미 당국은 성공 여부에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 규탄에 아랑곳하지 않는 북한의 추가 발사 엄포에 비춰 정찰위성 성공을 상정한 상태에서 우리 군의 방어 능력을 재점검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도발이 두려워 우리가 할 바를 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이긴 하나 강력한 두 군사력이 대치하면서 살얼음판 같은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군사분계선(MDL)상의 현상변경이 낳을 파장 또한 적지 않다.
우리 정부는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군사합의 조항 중 MDL 주변 구역에서의 감시 정찰 활동 제한을 푸는 조치를 취하고, 어제 오후 3시부로 정찰자산을 동원한 대북 감시에 들어갔다. 정부나 군 당국은 그간 MDL 주변 정찰 활동 제한이 북한의 기습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고도의 군사위성을 동원한 한미 정찰 공조와 상대적으로 우월한 정찰자산의 감시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일부 효력정지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치"라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DMZ를 경계로 한 군사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는 하다.
하지만 남북 간 합의에서 전례가 없는 우리 정부의 선별적 합의 파기가 낳을 여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무수한 위반으로 사문화됐다고 할지언정 북한에 대한 압박과 억제 카드를 버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북한은 맞대응은 물론이고 군사합의 전면 파기 등을 선언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경계선으로 유지하고 있는 동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북한이 무력화 공세에 나설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간 접경지와 해역에서 긴장 고조가 불가피해진 만큼 동맹과의 공조하에 군의 입체적인 대비 태세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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