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디저트 맛집'으로 거듭난 이유
MZ세대 '경험 공유' 즐기면서 디저트 열풍
오픈런·웨이팅 없고 가성비도 높아 각광
올해 편의점족의 입맛을 사로잡은 '베스트 디저트'는 속이 꽉 찬 생크림빵이었다. 한국일보가 29일 주요 편의점 4개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를 대상으로 올해(1월~11월 9일) 편의점 디저트 판매 순위를 취합한 결과 각 사별로 자체브랜드(PB상품) 생크림빵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 CU '연세우유 생크림빵', GS25 '우유생크림빵', 세븐일레븐 '제주우유생크림빵', 이마트24 '순삭크림롤'이다. 모두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생크림빵보다 크림 중량을 늘려 가성비가 높다는 평을 받았다.
편의점이 '디저트 맛집'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연세우유 생크림빵이 불러일으킨 디저트 경쟁의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편의점 디저트는 커피를 팔기 위한 짝꿍 상품 정도로 여겨졌지만 어느덧 편의점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핵심 상품으로 거듭났다.
올해도 '생크림빵'이 대세…멜론·옥수수·밤으로 맛 확장
생크림빵 열풍의 포문을 연 건 CU다. 2021년 1월 '연세우유 생크림빵'을 내놓은 이 회사는 단팥, 초코, 멜론, 옥수수 등 10종으로 라인업을 늘리면서 지금까지 인기 유지 중이다. 29일 기준 이 시리즈는 무려 4,500만 개 넘게 팔렸고 CU의 전체 디저트 매출에서 40% 비중을 차지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모든 상품을 통틀어 별도의 할인, 증정 행사 없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텐 밀리언셀러(Ten Million Seller)'에 오른 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체 중량의 80%나 되는 풍성한 크림은 생크림빵의 인기비결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갈샷'(빵의 반을 갈라 내용물을 보여주는 인증샷)이 유행하면서 다른 편의점들도 속속 생크림빵 전쟁에 뛰어들었다. GS25는 올여름 납작복숭아·고창수박 등 이색 식재료를 넣은 생크림빵을 각각 100만 개 이상 팔았다. 10월부터 GS25, CU, 이마트24 등이 밤을 활용한 생크림빵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할매니얼' 디저트 약과·떡의 변신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트렌드도 강세를 띠면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약과와 떡 같은 전통 간식도 각광을 받았다. 약과는 일부 편의점에서 자체 브랜드까지 론칭하며 호응을 얻어 공급량 부족으로 발주 중단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약과와 떡은 MZ세대의 입맛에 맞춰 쿠키, 도넛, 타르트 등 다른 디저트와 결합하고 인증샷 욕구를 자극하도록 화려하게 만들었다. GS25가 창억떡집과 손잡고 출시한 '호박인절미소보로'는 소보로빵 안에 떡을 담아 부드러운 빵과 쫄깃한 떡의 식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게 했다. 이 제품은 1~9일 기준 전체 디저트류 매출 1위에 올랐다. 세븐일레븐이 여름 출시한 약과 디저트 7종도 버터바, 휘낭시에, 팝콘, 도넛 등 요즘 디저트에 약과를 토핑하거나 계피 가루를 입히는 식으로 먹기 편하게 만들었다.
약과는 디저트를 넘어 흑맥주, 라떼 등 이색 상품으로 변신했다. CU는 서울 압구정 로데오의 인기 카페 '이웃집 통통이'와 함께 8월 '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를 선보였다. 초콜릿, 카라멜, 쿠키의 풍미와 함께 약과향까지 담아 일반 흑맥주보다 부드럽게 넘어가도록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과자보다 디저트"…편의점 '효자 품목'으로 거듭났다
편의점의 디저트 매출은 1, 2년 사이 크게 올랐다. CU는 지난해 디저트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20.6% 늘었는데, 올해(1~11월 9일)는 137.2%로 더 뛰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각각 120%, 89% 디저트 매출이 상승했다. GS25는 디저트를 판매하기 시작한 2015년과 비교해 올해 매출 규모가 서른 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무게 중심이 과자에서 디저트로 이동하는 분위기"라면서 "회사마다 전문 조직까지 꾸리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MZ세대는 SNS를 통해 '편저트(편의점+디저트)' 경험을 공유하고 놀이 문화로 즐긴다. 빵에 생크림을 꽉 채우고 약과에 빵을 결합하는 등 시각적 즐거움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 카페와 전문점을 중심으로 디저트 열풍이 부는 것도 영향을 줬다. 전체 디저트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편의점 디저트로 수요가 몰린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집에서 가깝고 품질이 높은데 가격까지 저렴하다"며 "편의점들도 갈수록 프리미엄 상품을 많이 내놓지만 아직도 디저트 전문점과 비교하면 가성비는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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