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며 총파업(집단휴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17년간 의대 정원이 묶이면서 필수의료진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파업 카드는 국민적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더구나 의사 몸값이 치솟아 개업의 소득이 7년간 55.5% 늘어난 점(2021년 기준 2억6,900만 원)을 감안하면, 국민 건강보다 돈을 중시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의협은 26일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힘의 논리로 의대 정원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태를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온 힘을 다해 항전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한다면 권역별 궐기대회, 전국의사총궐기대회 등을 개최하겠다”며 “파업에 대한 전 회원 찬반 투표를 즉각 실시하여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의사 인력 배분에 대한 분석 없이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인프라 부재를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지적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국립대병원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등 여러 필수의료 강화 방안을 병행하고 있다. 의사 수익이 천정부지로 높아진 상황에서, 우선 의료 수가(건강보험 진료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쉬이 공감을 받기 어렵다.
특히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의협이 의대 정원 정책을 좌지우지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의협은 주로 개원의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올해 의대 정원을 5,000명 이상 늘린 독일은 연방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대 등 3자가 협의했다.
정부는 전국 40개 의대 수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협 등과 정원 확대를 논의해 갈 예정이다. 의협이 집단행동으로 맞설 명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식으로 뜻을 관철시킬 수도 없다. 국민 82.7%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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