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창업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재창업 성공, '강진 여주'로 만든 피클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입력
2023.11.30 12:00
0 0

[소상한 토크 #64] 재창업에 성공한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부족한 한국. 미국 기업인이 평균 2.8회의 실패 경험을 가진 반면, 우리나라 기업인은 1.3회 실패를 경험한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2021년 조사 결과 재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첫 창업한 기업과 비교해 2.5배가량 높다고 한다. 이전의 실패를 밑바탕으로 더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라라잇 허지예 대표는 카페 인수 등 여러 사업에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동업자와 의기투합해 재창업에 나선 그는, 새로 시도한 요식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로컬 푸드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허지예 공동대표. 라라잇 제공

허지예 공동대표. 라라잇 제공

제품과 회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새로운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푸드스타트업 라라잇입니다. 우리 회사 대표 상품 '라라클'은 다양한 로컬 식자재로 만든 피클입니다. 요리 경력 10년 이상의 셰프인 임고은 공동대표가 제품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로컬 식자재로 신선하며, 셰프의 노하우가 담긴 깊은 맛을 내는 피클을 편리하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여주로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예전에 경기도 청년창업허브에서 파스타를 판매할 때, 피클만 따로 판매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어요. 피클이 무척 맛있다는 이유로요. 하지만 피클은 설탕도 많이 들어가는 등 몸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당뇨병이 있던 조부모께선 여주차를 자주 드셨습니다. 여기서 착안해 무, 양배추가 아닌 여주로 피클을 만들면 당뇨병 환자도 부담스럽지 않게 피클을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여주에 대해 알아보니 혈당 조절에도 큰 도움이 되고, 다양한 영양소가 든 고마운 식자재라는 걸 알게 됐어요. 고칼로리 음식을 즐기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식재료가 바로 여주입니다. 여주 피클을 만들 때 당연히 설탕은 빼고 만들었고요."

지금의 회사를 창업하기 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27세의 나이로 카페를 인수했습니다. 무계획으로 준비 없이 시작했으니, 결과는 뻔했죠. 임차 계약 기간 동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브런치를 연구했고, 제과제빵도 배웠어요. 하지만 전 요리엔 도통 재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동업자이자 공동대표인 임고은 셰프와 손잡았습니다. 둘 다 첫 창업이다 보니 원가 계산에 서툴렀어요. 일주일 내내 일만 했습니다. 비효율적으로 일하다 보니 각자 월급을 챙길 수준의 수익도 남지 않았죠. 그렇게 계약이 끝나고 각자의 길로 흩어졌어요. 그동안 저는 글로벌 셀러 사업으로 두 번째 창업에 도전했지만, 팬데믹으로 해외 택배가 중단되며 모든 게 물거품이 됐어요. 그렇게 다시 임 대표님과 다시 뭉쳐 요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파스타집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다가, 제조업으로 전향하며 지금의 라라잇이 만들어졌습니다."

실패 후 좌절하지는 않았나요?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나요?

"좌절도 참 많이 했습니다. 서른 살 쯤에는 좋은 차를 탈 줄 알았는데(웃음), 차는커녕 통장 잔고만 점점 말라갔어요. 하지만 동굴로 숨지 않고 바깥으로 나아가려 노력했어요. 정신을 가다듬고 아르바이트도 병행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상념에 빠질 겨를 없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제품을 소개하는 허지예, 임고은 대표. 라라잇 제공

제품을 소개하는 허지예, 임고은 대표. 라라잇 제공

서울과 지방을 넘나들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서울에 연구실을 두고, 강진에 제조 공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서울시 키친인큐베이터 사업에 참여하며 넥스트로컬 5기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이와 동시에 강진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강진 병영 마을에서 나는 감을 활용해 초콜릿을 만들고자 연구 중입니다. 마을 주민들과도 협업하고 있습니다. 마을 할머니의 그림을 초콜릿 패키지에 넣을 계획이고, 수익금의 일부도 나눌 생각이에요. 샘플이 나와서 할머니께 보여드렸더니, 직접 담근 김치를 나눠주시며 무척 고마워하셨어요. 이런 프로젝트를 하며 우리가 오히려 더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전남 강진으로 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강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처음 강진군을 택한 건 여주 때문이에요. 넥스트로컬 사업을 하며 강진의 특산물 중 하나가 여주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강진 자체를 사랑하게 됐어요. 임고은 대표는 아예 강진에서 살고 계실 정도로요. (강진은) 먼저 자연경관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호남의 다른 도시에 비해 자연 그대로의 정취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묵은지, 된장, 한정식 등 모든 음식이 맛있고요. 인심도 좋아요. 모두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항상 감사할 뿐입니다."

청년 소상공인이자 로컬 사업자로서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라라클은 믿고 먹는다'는 목표가 가장 먼저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식재료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그 효능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재료 궁합을 찾으며 레시피도 만들고요. 그리고 로컬 사업자로 우리가 가진 능력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단순히 지역 특산물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이 가진 문제와 고민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게 바로 진정한 로컬 사업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