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롯데-정세랑 작가가 스토리 쓰고 크리스마스 마켓
②더현대 서울-3,300㎡ 규모 크리스마스 골목길
③신세계-375만개 LED 칩 쓴 최대 규모 미디어 파사드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소공 에비뉴'에 어둠이 깔리고 반짝거리는 조명에 불이 들어오자 거리는 마치 유럽의 크리스마스 풍경처럼 바뀌었다. 편지 상점, 선물 상점으로 꾸며진 쇼윈도에는 움직이는 피규어와 크리스마스 선물 상품, 포토 스폿 등 다채로운 볼거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삐 걷던 사람들도 장난감 가게처럼 풍성하게 꾸민 큰 창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해마다 11월이면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주간, 올해 이 백화점은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그대로 옮겨오는 데 정성을 다했다.
롯데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맡은 윤호연 비주얼부문 책임은 올해 테마를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소망을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아날로그 감성의 '편지'를 주제로 삼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책임은 보통 10개월 전 크리스마스 준비에 들어간다고 한다. 겨울이 끝나자마자 바로 그해 크리스마스 대비에 들어가는 셈. 트렌드나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열쇳말을 통해 크리스마스 테마를 뽑아낸다.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디어(Dear)'가 핵심 단어였는데 이를 확장해 크리스마스 주제 '마이 디어리스트 위시(My Dearest Wish·소망)'가 탄생했다.
윤 책임은 크리스마스 장식에 이야기를 담기 위해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쓴 정세랑 작가와 손잡았다. 그의 작품은 일상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서사가 특징이다. 윤 책임과 정 작가 등이 머리를 맞댄 결과 비밀스러운 편지 상점에 우연히 들른 어린 아이 '해아'가 편지를 배달하는 크리스마스 요정 '똔뚜'들과 만난 뒤 생긴 꿈 같은 얘기라는 줄거리가 나왔다. 윤 책임은 "9개의 큰 창을 통해 이야기를 꼼꼼하게 표현했다"며 "스토리를 알고 들여다보면 훨씬 큰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마스 마켓 연 잠실 롯데월드몰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앞 야외 잔디광장에는 아예 유럽 광장에서 열리는 것 같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섰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물산이 함께 마련한 이 공간은 올해 처음 야외에 세워졌다. 롯데백화점 측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광장에 트리와 회전목마를 놓고 관련 상점들이 즐비한 독일의 전통 크리스마스 마켓을 압축해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실제로 가 본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리온실로 만들어 건물 밖에서도 따뜻하게 마켓을 구경할 수 있었다. 마켓 내부는 독일의 크리스마스 전문 상점 브랜드 케테볼파르트부터 테이블 웨어, 액세서리, 와인, 베이커리 등 25개 크리스마스 테마 브랜드의 상점에서 2,000종 넘는 상품을 판다. 외부 테라스에서는 유럽의 플리마켓(벼룩시장)처럼 겨울 대표 음료인 글루바인(뱅쇼), 독일 뉘른베르크 소시지 등 맛난 겨울 간식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겨울 성지 부상...신규 고객 유치 효과 높아
크리스마스 마켓 밖에는 19m짜리 대형 트리와 롯데월드 운영팀이 롯데월드몰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회전목마까지 만날 수 있다. 특히 트리에는 편지가 촘촘히 꽂혀있어 롯데백화점의 크리스마스 편지 상점 주제를 돋보이게 했다.
롯데백화점은 11월 24일 크리스마스 마켓 오픈 이후 하루 평균 1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오고 많게는 1,000팀 넘게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런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고객 모집에도 쏠쏠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4일~29일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월드몰, 롯데월드타워 등 잠실 롯데타운 전체 방문객 수가 전주 대비 20%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크리스마스 마켓 이용 고객의 60% 이상이 잠실점 본관, 에비뉴엘, 월드몰에 들어가 추가로 제품을 샀으며 이 중 절반이 신규 고객으로 분석됐다.
크리스마스 골목길 인파 몰려 "오후 1시면 마감"
현대백화점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해리의 꿈의 상점'을 테마로 한 'H빌리지'를 선보였다. 3,300㎡(약 1,000평)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을로 꾸민 이곳에는 11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16개의 상점과 마르셰(시장) 등이 모인 골목길이 중심을 잡고 있다. 이곳 역시 아기곰 해리가 할아버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크리스마스 거리를 장난감으로 꾸미고 이에 감동한 할아버지와 함께 사람들에게 꿈과 소망을 선물하려 한다는 내용이 녹아있다. 지난해 H빌리지의 '해리와 곡물창고'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2탄 격이다.
현대백화점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관람 인원을 정하고 관리하는데도 주중에는 오후 1시면 현장 대기가 마감될 정도로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문을 연 이후 주중 5,000여 명, 주말 1만여 명이 매일 오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차 네이버 사전 예약에는 동시 접속자 수가 2만여 명, 2차 예약에는 4만여 명이 몰리는 등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수록 그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 크리스마스 '인증샷 성지'는 올해도
신세계백화점의 크리스마스는 멀리서 봐야 진가가 발휘되는 미디어 파사드가 강점이다. 2021년 시작한 신세계백화점의 미디어 파사드는 백화점 바깥 전체를 활용해 강렬하고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선사했다. 그 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서울시 중구 명동 회현 지하 쇼핑센터 1번 출구 앞을 '인증샷 성지'로 만들었다.
올해 이 백화점은 '신세계 극장'이라는 주제로 한편의 크리스마스 판타지 극을 선보였다. 375만 개의 LED칩을 써서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연출한 미디어 파사드에서는 금빛 사슴과 꼬마 병정, 테디 베어와 선물 기차 등을 통해 상상 속 크리스마스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만들었다. 더불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2번과 크리스마스 캐럴을 바탕으로 국내 작곡가와 함께 편곡한 삽입곡이 웅장함을 더한다.
한편 신세계백화점 본점 안에는 올해 처음으로 홀리데이 선물 상점도 열었다. 본관 4층부터 신관 3층을 잇는 연결 통로에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피숀, 홍차 브랜드 포트넘앤드메이슨 팝업스토어를 열어 크리스마스 마켓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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