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장관 6명 개각에 이어 곧 후속 개각이 있을 거라고 한다. 거론되는 대상에는 지난 9월 취임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포함돼 있다. 여당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강력히 권유받고 있다고 한다. 만약 여당 뜻대로 교체가 된다면 장관이 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탈원전 폐기 정책 추진 등에 속도를 내겠다며 ‘원 포인트 인사’까지 단행하면서 장관을 바꾼 취지가 무색하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앞선 6월 단행된 개각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었다. 대통령실은 당시 “체육계에 BTS처럼 새바람을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정부·여당과 사사건건 대립해 온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기대가 크다”며 힘을 실어줬다. 유튜브로 청년세대와 직접 소통하는 등 취임 후 낮은 자세의 행보도 호평을 받았다. “인사를 하겠다면 장미란 같은 인물로 하라”는 극찬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장 차관도 총선 차출 쪽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전 국민적 호감도가 큰 인물이기 때문에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라고 한다. 온갖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제대로 된 정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방 장관이나 장 차관 모두 산업부와 문체부 경력이 전무하다. 3~5개월은 업무를 제대로 익히기에도 벅찬 시간이었을 것이다. 장·차관이 바뀌면 부처 구성원들도 업무보고 등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총선 차출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게 말이 되는가.
총선과는 무관하지만 반년도 채 안 된 내부 돌려막기 인사도 횡행한다. 7월 국민권익위원회 수장이 된 검사 출신 김홍일 위원장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오영주 외교부 2차관 역시 5개월 만에 본인 경력과 무관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현재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장차관이 줄잡아 10명은 훌쩍 넘는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내각의 안정성 따위는 괘념치 않겠다는 것으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정말 내각은 총선 디딤돌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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