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7만 명. 영화 ‘서울의 봄’이 7일까지 극장에서 모은 관객 수다. 주말이 지나면 700만 명 안팎으로 숫자가 바뀔 전망이다. 흥행 동력이 쉬 떨어지지 않고 있어 관객 1,000만 명 등극을 넘볼 수 있기도 하다. 한여름에도 극장가에 찬바람을 몰고 왔던 한국 영화계로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할 흥행 성적이다. ’서울의 봄‘이 ‘한국 영화의 봄’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올 만도 하다.
‘서울의 봄‘의 흥행을 이끄는 건 2030 관객이다. 멀티플렉스체인 CGV 분석에 따르면 개봉 직후부터 전체 관객 중 20대와 30대가 5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봄‘에 호기심을 품고 극장을 찾은 2030 관객이 40~50대(40%) 관객보다 16%포인트가량 높다.
2030세대는 오래전부터 극장가 주류였다. 새 영화들은 2030세대가 상영 초기 극장을 찾아야 관객몰이가 가능하다. 1979년 12월 12일 벌어진 군사 정변이 우리 현대사의 물길을 바꿨던 사건이다. 하지만 ‘서울의 봄‘은 젊은 세대들의 마음이 당길 만한 영화로 여겨지진 않았다. 젊은 세대는 엄숙하고 진지하고 근엄한 내용을 싫어한다는 편견이 영화계에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 2030세대의 ‘서울의 봄‘ 관람을 영화계 관계자들이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의 봄’이 관객 1,000만 명 고지를 넘어서면 의미가 크다. 올해 들어 ‘범죄도시3‘에 이어 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된다. 한 해 1,000만 영화 2편은 상징적이다. 극장가가 코로나19 이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다. ’서울의 봄‘이 1,000만 명 언저리에서 종영해도 만만치 않은 흥행 수치다. ‘서울의 봄’의 흥행 성공을 한국 영화와 극장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해도 될까.
아직은 착시효과가 크다. ‘서울의 봄‘의 흥행은 반겨야 할 일이나 시장을 낙관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서울의 봄’은 돈 버는 영화만 돈을 크게 버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해소될 기미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하루 동안 ‘서울의 봄‘의 관객은 20만 명을 넘었으나 2위인 ‘3일의 휴가’는 3만 4,000명가량에 불과했다. ‘3일의 휴가‘는 6일 개봉한 신작이다. ’서울의 봄‘의 흥행 기세가 무섭다고 하나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표다. 언론이 대체로 영화에 대해 호평했고, 관객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다. ‘서울의 봄’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으나 흥행 열기가 다른 영화로는 전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관객들이 극장을 나오기까지 여전히 꼼꼼히 따져 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음을 보여준다.
‘밀수’를 포함해 올해 관객 400만 명을 넘은 한국 영화는 고작 3편이다. 극장가가 가장 활황을 보였던 2019년에는 6편이었다. 제작비 100억 원가량 영화는 대작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시대에 관객은 되레 줄었다. 영화계에선 관객 400만~500만 명을 넘는 한국 영화가 1, 2개월에 1번꼴로는 나와야 영화산업이 원활히 돌아간다고 본다.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인 영화가 더 늘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울의 봄‘의 흥행이 영화계로선 다행스러우나 한국 영화의 봄은 아직 멀어 보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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