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기저질환 없이 건강하게 지내던 A(78) 씨는 4개월 전부터 허리와 골반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평소 건강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최근 통증이 심해져 걷기가 힘들고 혈뇨까지 동반되자 병원에서 CT와 조직검사를 시행했고, 전립선암 뼈전이를 진단받았다. 진단 이후 호르몬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통증이 너무 심해 수면과 걷기에 큰 지장이 있자 병원에서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줬다. 마약이라는 말에 두려웠지만 A씨는 복용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거 같아 어쩔 수 없이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중이다.
통증조절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
아편은 양귀비 열매의 유액을 말린 가루로 이 유액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모르핀 등 여러 성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20세기 초로 들어오면서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고자 이러한 아편 함유물로부터 펜타닐 등 여러 약제가 합성 및 개발돼 왔습니다.
현재 쓰이는 마약성 진통제는 아편에서 유래하거나 합성된 성분으로, 암성 통증 또는 일반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비암성 통증을 조절하는 높은 진통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진행암 환자의 64%는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통증을 꼽을 만큼 암환자에게 통증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통증을 동반한 진행성 암환자는 일상생활을 위해 적절한 약물적 개입이 필요하지만, 최근 오남용사례가 끊이지 않음에 따라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오해가 커지고 복용을 거부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 원칙
마약성 진통제는 체내에 있는 아편 유사제 수용체와 결합해 작용하며, 작용에 따라 순수 작동제, 부분 작동제, 혼합-작동 길항제로 분류됩니다.
암성통증 조절을 위한 약제로 순수작동제를 권고하며 이 중 페치딘은 반복 및 지속적인 투약 시 대사산물 축적으로 인한 부정맥, 발작 등의 발생 위험이 있어 만성 암성 통증의 장기적인 조절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만성 비암성 통증 환자에게는 비마약성 진통제와 비약물 요법을 충분히 시도해보고 효과가 없을 경우 위험성을 고려해 마약성 진통제의 필요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위험성에 비해 투약을 통한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될 때도 최저 용량의 속효성 마약성 진통제부터 시작해야하며 장기 처방의 효과는 아직 근거가 부족해 중·단기적으로 처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에 비암성 통증에서 마약성 진통제 사용 시에는 통증 조절 목표, 약제 중단 가능성 및 시점, 부작용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환자-의료진간의 상의를 통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암성 통증 중 특히나 중등도 이상의 통증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통한 적극적인 통증 조절을 권고합니다. 암성 통증에서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은 전신 상태, 돌봄의 목표, 약물 상호작용 등을 고려해 환자에 따른 개별화가 필요하며 신기능·간기능 저하, 만성 폐질환, 전신쇠약 환자의 경우 용량 적정에 주의해야합니다.
고용량의 진통제가 필요할 경우 복합 성분 마약성 진통제 보다는 단일 성분의 마약성 진통제의 투약이 권고되며, 이론적으로 최고효과(ceiling effect)가 없어 지속적으로 증량이 가능하나 충분히 증량해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통증을 재평가 하고 진통제 전환, 보조진통제 투약, 중재적 시술 등을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와 관련된 부작용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은 흔하므로 부작용 안내와 관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강도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부작용인 변비는 내성 발현이 되지 않고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하는 동안 지속되므로 증상 발생 시 하제를 병용 투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외 구역질, 구토도 처음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거나 용량을 증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정, 졸림 증상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음 투약할 때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감소하거나 대화하다가 자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의식 저하가 있다면 마약성 진통제를 감량하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합니다.
아울러 의식저하 정도에 따라 길항제인 날록손, 정신자극제를 투약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호흡억제, 입마름, 소양감, 배뇨장애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어 투약과정에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마약성 진통제 중독에 대한 우려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투약하면 내성 및 신체적 의존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중독과 구분돼야 합니다.
암성 통증이 동반된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따른 중독 위험률은 0.04% 미만입니다. 알콜이나 다른 약물 중독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위험률이 올라갈 수 있으나 통증 조절 목적으로 쓰는 용량의 범위 내에는 위험도가 높지 않습니다.
내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물의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마약성 진통제 부작용에 대한 내성은 흔히 관찰됩니다.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증가할 때는 약제의 내성보다는 질병의 진행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나 이와는 무관하게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의 및 통증 악화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마약성 진통제에 의한 신체적 의존이란 노르아드레날린 항진에 의해 유발됩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중단할 경우 많은 양의 노르아드레날린이 갑작스럽게 분비되면서 교감신경계가 과활성화 되고 불안, 초조, 빈맥, 구토, 통증, 환시 등과 같은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중독과는 다르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확한 용법, 용량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면 발생 빈도는 높지 않습니다.
주기적으로 치료 목표에 따른 마약성 진통제 치료 반응을 평가하고 오남용 위험요인에 대한 감시 및 적절한 진통제 처방이 신체적 의존 및 안정성 관리에 있어서 중요합니다.
통증 조절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효과가 좋지만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도 신체적 의존 등이 정상인에 비해 드물게 나타나기에 각 약제의 특성 등에 따라 적절히 투약한다면 양날의 검인 ‘마약성 진통제’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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