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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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변호사님, 형이 얼마나 나올까요?" 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변호사들은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까?
변호사들도 법조문만 봐서는 형을 예상할 수 없다. 예컨대 사기죄의 경우, 그 법정형(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형법 제347조). 즉 사기범은 징역 1월로 가볍게 처벌받을 수도 있고, 징역 10년으로 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형법에 따르면, 법관은 법정형을 기초로 형을 가중·감경하여 '처단형'을 정하고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적정한 형량을 정해 선고하여야 한다. 이렇게 법관이 선고하는 형량을 '선고형'이라고 하는데 대법원은 선고형을 정할 때 참고하기 위한 '양형기준'을 만들어두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 양형기준을 사용하여 형량을 예측하곤 한다.
현재 시행 중인 양형기준은 총 46개 범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중 사기죄를 보면, 피해 금액에 따라 기본형을 정한 후 다양한 가중·감경 요소를 고려하여 선고형을 정하게 되어 있다. 예컨대 3억 원을 편취한 사기범이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양형기준에 따라 징역 1년 내지 4년을 선고하여야 하고, 만약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면(감경인자) 징역 10월 내지 2년 6월 사이에서 선고하여야 하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했다면(가중인자) 징역 2년 6월 내지 4년 사이에서 선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동물학대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는 형량을 예상할 수가 없다. 양형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동물학대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므로(동물보호법 제10조 및 제97조) 법관은 최소 1개월, 최대 3년의 범위에서 선고형을 정해야 하는데, 참고를 할 양형기준 자체가 없으므로 법관 성향에 따라 선고형이 달라지게 된다. 결국 판사의 가치관에 따라 동일한 유형의 동물학대죄에 대해서 고작 벌금 몇십만 원이 나오기도 하고, 징역형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러한 문제를 이제야 인식하여 2025년까지는 동물학대죄의 양형기준을 신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무쪼록 조속히 양형기준이 제정되어 동물의 권리가 보호되기를 바라는 바이며 한 가지 생각해 볼 사항을 공유하려 한다.
'내 소유의 강아지를 학대한 것과 타인 소유의 강아지를 학대한 것 중 어느 것이 중하게 처벌되어야 할까?' 다수의 법조인은 타인 소유의 강아지를 학대한 것이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더 나쁜 행위라고 한다. 그런데 내 소유의 강아지를 학대하는 것은 가족인 강아지의 신뢰를 배신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범죄를 은닉하기도 쉽다는 점에서 더 중하게 처벌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와 같은 수많은 쟁점과 관련하여 양형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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